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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말씀과 함께 하는 기도,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6-11 11:36:21 조회수 : 137

‘성독’(聖讀, Lectio Divina)을 주제로 한 피정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강사 신부님께서는 매일 아침, 성경 말씀과 함께 하는 기도, ‘렉시오 디비나’를 지도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노력을 할 것을 청했습니다.

① 그날 복음 구절 안에서 예수님을 찾습니다. ② 발견한 예수님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십시오. ③ 그 예수님 안에 거룩한 휴식(sacred sleep)을 취하십시오. ④ 예수님을 적극적으로 추종하십시오. ⑤ 또 다른 예수님이 되십시오. 

이어서 두 가지 성찰 작업을 추가로 부탁했습니다. 

① 나를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표정이 어떤지 묵상해 보십시오. ② 예수님께서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내게 가장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강사 신부님의 지도에 따라 복음 한 대목을 묵상해보니 참으로 풍요롭고 새로웠습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마침 그 안에는 악령 들린 사람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를 유심히 바라보십니다. 마치 징그러운 벌레라도 바라보는듯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달리, 예수님의 시선은 더없이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한없는 측은지심과 연민으로 가득했습니다. 참으로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창조주 하느님의 시선과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 비참한 인간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시선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악령 들린 사람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극단의 신성함 앞에 극단의 사악함이 굴복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침내 참다못한 악령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소리소리를 내질렀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마르 1,24).


악령 들린 가련한 한 인간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측은지심으로 가득한 눈길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오늘 하루를 살아봐야겠습니다. 2천 년 세월이 흘렀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옛날 바로 그 시선으로 오늘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 옛날 회당 안 악령 들린 사람처럼 ‘뭔가’에 단단히 홀린 나, 하느님이 아닌 엉뚱한 대상에 단단히 빠져든 나, 죽음의 문화에 깊이 빠져든 나, 한순간 자신을 통제 못 해 언제나 돌아서서 크게 가슴 치는 나를 예수님께서 자비심 가득한 눈길로 내려다보십니다.

그리고 그 옛날 악령에게 외치셨듯이 오늘 나에게 외치십니다.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1,25).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