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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밀알, 예구 공소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9-22 09:25:47 조회수 : 218

휴가를 맞아 거제도에 있는 성당과 공소에 다녀왔습니다. 그중 특이하게도 새로 지은 공소인 예구 공소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대부분의 공소는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위치해 공소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멸실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공소를 재건축하는 일이 무척 드문데, 예구 공소는 2011년에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습니다. 한적한 어촌마을에 들어선 현대식 디자인의 건물이기도 하고, 하얀색 벽과 물고기 모양의 창이 이채로워 한눈에 들어옵니다.

 

공소 앞에는 윤형문 베드로 기념 성전이라는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윤형문 베드로는 순교하신 복자 윤봉문 요셉의 형입니다. 거제도는 병인박해를 피해 피난 온 윤봉문 요셉 가족에 의해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한불수호조약이 체결되면서 신앙이 자유롭게 허용되었지만, 윤봉문 가족의 재산을 노린 지방관리가 사사로이 탄압하면서 윤봉문은 1888년에 억울하게 처형되고 말았습니다. 공소 인근에는 윤봉문 요셉 성지가 조성되어 그의 영혼의 안식을 기리며 굽힐 줄 모르는 신앙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공소 성전의 천정과 좌우 유리화는 익투스(ΙΧΘΥΣ)모양의 물고기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익투스는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비밀스럽게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그리스도교의 상징으로, “예수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라는 고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해를 피해 거제도에 온 복자 윤봉문 요셉 가족이 은둔하며 복음을 전한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구 공소는 인근의 지세포 본당 관할 공소로, 주민의 70%30세대가 가톨릭 신자입니다. 작은 마을이 하나의 신앙공동체인 셈입니다. 공소에는 매주 주일 지세포 본당 신부님이 오셔서 미사를 집전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입니다. 이곳 거제도에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지금처럼 수많은 열매를 맺은 것은 박해에도 사라지지 않는 구원의 역사가 끊임없이 계속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