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그럼에도”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3-29 09:09:46 조회수 : 141

은총의 사순 시기를 지나 마침내 부활을 맞이했습니다. 사제는 통회를 뜻하는 보라색 제의에서 기쁨을 상징하는 백색 제의를 입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교회는 기쁨의 축제를 지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주님 부활의 기쁨이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부활을 맞이하기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가? 진정 내 마음 안에서 참된 부활이 일어났을까? 그저 흘러가는 대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부활을 맞이한 것은 아닌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한없이 부족했던 자신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기쁨으로 다가와야 할 부활이 정작 내 마음 안에서 기쁨으로 다가오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된 부활이라 말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 이른 아침, 마리아 막달레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게 된 것에 감사드리는 한편, 예수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마음이 아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리아는 주님의 무덤 앞으로 나아왔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분의 곁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요? 자신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주님과 함께 머물러 있겠다는 마음. 바로 그 마음이 우리에게 부활의 기쁨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나의 처지가 어떻든 주님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서 부활하십니다. 지켜드리지 못했고, 아무런 도움도 드릴 수 없었던 우리의 비참함을 질책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머물며 기뻐하기를 바라십니다.

 

부활은 그 자체로 기쁨입니다. 우리의 처지와는 상관없이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쉽게 부서지고, 무너져 버리는 우리 마음 안에서 부활하셨습니다. 무덤 앞에 앉아 머물렀던 마리아처럼, 우리 역시 부활하신 주님 앞에 머물러야 하겠습니다.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