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4월 15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4-14 조회수 : 122

유다와 베드로

 

 

오늘과 내일과 모레, 곧 성주간 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주님 만찬 성목요일의 복음 말씀은 최후의 만찬을 배경으로 합니다. 최후의 만찬 하면, 복음 말씀 다음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천재적인 화가의 세기적인 걸작이 떠오릅니다.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시던 중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제자들은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기만 하였다.”하고 합니다. 다빈치는 바로 이 순간을 작품에 담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으나, 제자들은 놀람과 분노와 당황 등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팔아넘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베드로가 나서며, 베드로의 부탁을 받아들여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가 예수님께 여쭙니다: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 예수님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하여 유다를 지목하시며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 하고 말씀하시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이 왜 그런 말을하셨는지 아무도 몰랐다 하고 전합니다예수님 곁에 있던 제자들 이외에는 유다가 배신할 사람임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유다를 지목하시면서도, 회개하여 되돌아오기를 바라시는 마음 간절하셨을 것입니다. 그 마음이 간접적인 방법을 택하신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갑니다. 마지막 기회를, 주님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리고 만 것입니다.

 

때는 밤이었다고 합니다. 이제 어둠이 힘을 떨치는 시간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어둠의 힘을 짓누르는 영광을 말씀하기 시작하십니다.

당신의 생명을 내놓으심으로써 예수님은 성부와 일치를 이루시고, 또 완전한 순명으로 당신의 신성(神性)을 드러내시며, 성부께서 당신에게 맡기신 사명을 끝까지 완수하실 것입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성부를 계시하시고 또 그분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입니다.

성부께서는 이러한 예수님과 하나가 되시어, 예수님을 당신의 영원한 영광에 동참시키시어 그분을 들어 높이는 것으로 화답하실 것입니다.

 

작별의 인사처럼 보이는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하는 이 말씀은 실은 제자들을 떠나 성부께 돌아가셔야 비로소 제자들과 늘 함께하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스승이 떠나가심이 성부께 돌아가심이라는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합니다: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우리에게 라틴말이 더 친숙한 질문입니다: “Quo vadis, Domine?”)

베드로가 이 말씀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는 닭이 울기 전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배반하는 고통의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참회와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 동료 사도들보다 앞서 주님 따름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지상 생활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 인간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바로 오늘 복음에 묘사된 유다의 배반과 베드로의 배반 예고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몸소 선택했던 열두 제자 가운데 중심 역할을 했던 이 두 사람의 배반은 예수님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을 것이며, 그만큼 그들의 회개를 간절히 염원하셨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 잘못의 깊이와 크기가 어떠하든, 회개로 돌아와 용서를 청하기를 바라실 뿐입니다. 부활축제를 향해 마지막 한 걸음 더 내디디는 오늘 하루, 유다가 아니라 베드로의 모습을 본받아 회개의 눈물로 용서를 청하는 하루, 좀 더 깨끗한 마음으로 축제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거룩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