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빵 II
어제 복음 말씀의 마지막 부분인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하는 말씀을 다시금 묵상해 봅니다. 이 빵은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빵입니다. 하느님은 구약시대 광야에서 모세를 통해 빵을 내려주셨지만, 이 빵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내려주시는 빵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 훨씬 이상입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빵을 전해주는 단순한 매개자 또는 도구에 불과했지만, 예수님은 당신이 바로 하느님의 빵이기 때문입니다. 광야의 빵 만나는 육적 생명을 위한 양식이었을 뿐이지만, 이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 영적인 생명을 위한 빵으로서 바로 예수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나에게 오는 사람,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 속에는 광야의 빵 만나와 전혀 다른 빵임을 역설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으면서도, 아울러 빵과 물은 계속해서 먹고 마셔야 배고프거나 목마르지 않듯이, 예수님이라는 생명의 빵과 물을 계속해서 먹고 마셔야 영적인 배고픔과 목마름을 달랠 수 있음을 심어주려는 의도 또한 담겨 있습니다.
나에게 오는 사람과 나를 믿는 사람이 나란히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본다면, 믿음은 예수님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고 실천하며 그분이 십자가상 희생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주신 영적 음식을 받아 모시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예수님께 다가서는 삶, 변함없이 예수님을 믿는 신앙 자세를 앞세워야 합니다.
이러한 사람에게 예수님은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하고 이르십니다.
사실, 오늘 복음 말씀은 장례미사 때 봉독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랑했던 사람을 하느님 품으로 떠나보내면서, 영원한 안식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기에 가장 적절한 말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앙생활에 부족함이 있었더라도, 하느님의 뜻은 모든 이의 구원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당신에게 오는 사람을 물리치지 않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또는 해야 할 일이란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고귀한 신앙을 선사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구체적인 신앙 행위로 표현해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매일 매일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육적인 생명을 보존해 나가듯, 참된 빵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천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이 이렇게 소중하고 행복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가톨릭신자로서 미사성제에 참여하여 그분의 몸을 영적인 음식으로 직접 모실 수 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장 큰 선물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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