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오늘 말씀에는 성전 봉헌 축제라는 축제 하나가 언급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루살렘 성전은 두 번 건축됩니다. 하나는 기원전 10세기 중반 솔로몬에 의해 세워진 첫 번째 성전이나, 이 성전은 기원전 6세기 초엽 바빌론 제국에 의해 파괴됩니다. 상당 기간의 바빌론 유배생활을 마치고 귀환해서 6세기 말엽 즈루빠벨 시대에 두 번째 성전이 건축되나(흔히 제2 예루살렘 성전이라 부름), 이 성전 역시 예수님 시대를 지나 서기 70년경 로마제국에 의해 파괴됩니다. 이후 성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성전이 두 번에 걸쳐 건축되었기에, 그때마다 이를 기념하는 성전 봉헌 축제가 성대하게 거행되었으나, 일시적인 축제였습니다(2역대 7장: 에즈 6장).
그러나 오늘 언급되는 축제는 매년 지내오던 연례 축제로서, 제2 예루살렘 성전이 기원전 2세기 중반 시리아의 안티오코스 4세(기원전 175-164)에 의해 침해된 적이 있었는데, 유다 마카베오 형제들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성전을 정화한 다음 봉헌식을 올린 데서 비롯된 축제이며(1마카 4,36-61), 지금도 하누카라는 이름으로 키슬레우스달(11-12월) 25일부터 8일 동안 환희의 축제로, 등불을 밝히는 축제로 지내고 있습니다.
본디 하느님의 거처는 하늘이지만,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하여 한시적인 지상의 거처로 택하신 곳이 예루살렘 성전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솔로몬과 즈루빠벨 시대에, 그리고 유다 마카베오 시대에 성전 건축과 관리에 그토록 정성을 보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때가 되어 외적 건물로서의 성전과 견줄 수 없는 하느님의 아드님이 와 계심에도, 그분을 메시아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해온 유다인들이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하고 청하나, 예수님은 “내가 이미 말하였는데도 너희는 믿지 않는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나를 증언한다.”하고 답하십니다.
말씀을 통하여, 그리고 여러 가지 표징을 통하여 당신이 메시아이심을 드러내 보이셨지만, 믿음이 없으니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말씀과 표징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임을 거부하기에 급급할 뿐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고 무슨 표징이 더 필요한지 모를 일입니다: “너희가 내 양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의 양들이 아니기에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앎과 따름은 사랑의 법칙과 여정에서 기본적이며 결정적인 요소이며, 이는 영원한 생명이라는 선물로 확인됩니다.
유다인들은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하고 청했지만, 이에 대한 궁극적 대답은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로 확정됩니다. 예수님이 하느님과 하나이심은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곧 내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하는 말씀 속에서도 다시금 확인됩니다. 내 손이 바로 내 아버지의 손으로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불러주신 사랑의 목소리 덕분에 그분의 양들이 된 사람들이며, 언제나 그 목소리만을 알아듣고 따르기로 다짐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들려올 수 있는 주님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신중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이날을 꾸며나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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