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앙 여정은 부단한 깨달음의 길입니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아직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한 필립보 사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꽤 긴 시간 그분과 동고동락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필립보 사도는 그분의 신원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간절한 마음입니다.
진리를 볼 수 있는 맑은 눈이 필요합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부단한 자기 수련이 필요합니다.
우리 신앙 여정은 부단한 깨달음의 길입니다.
깨닫는 순간 우리의 신앙은 보다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참된 영적 예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반드시 획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과연 어떤 것일까요?
오늘 예수님께서 간단하게 그리고 명명백백하게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예수님 안에 하느님 아버지가 계신다는 것. 하느님 아버지 안에 예수님이 계신다는 것.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는 하나라는 것. 예수님은 곧 그리스도, 메시아, 더 나아가 하느님 아버지 그 자체라는 것.
더불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깨달음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하느님은 다른 하늘 아래 계시는 것이 아니라 죄와 비참으로 얼룩진 이 세상 한가운데 계신다는 깨달음.
그분은 고통받는 우리 인간들 사이에 살아 숨 쉬고 계신다는 깨달음.
하느님은 똑똑하고 잘난 내가 아니라 부족하고 죄인인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는 깨달음.
부족해 보이는 이웃들도 하느님께서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깨달음.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는 이 하루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은총이며 축복이라는 깨달음...
2025년 정기 희년을 맞아 본당이나 단체에서 강의 초대가 오면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라는 주제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강의 마무리에 저는 빼놓지 않고 희망의 성자이신 베트남의 가경자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의 신앙을 소개해드립니다.
이분은 1975년 베트남이 공산화되자마자, 즉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됩니다.
삼촌이 남쪽 베트남 정부의 고위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절차도 재판도 없이 즉시 체포·구금되었고, 억울하게 13년간 억울하게 감금 생활을 하셨고, 그중에 9년간 독방생활로 큰 고생을 하셨습니다.
투옥 초기에는 연말이면 풀려나겠지 하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었습니다. 1년, 2년, 3년...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수감 생활은 계속되었습니다.
사이공 대교구 부주교로서 활기차고 보람된 사목활동을 전개해나가던 주교님께서 어느 날 갑자기 독방 신세가 되었으니, 그 답답함과 참담함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러던 어느 순간 깊은 기도 중에 주교님은 한 깨달음에 도달하고, 그 결과물로 이런 결심을 하게 됩니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으리라! 그 대신 매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리라!”
그 숭고한 깨달음 이후, 주교님은 놀랍게도 독방을 평화로움과 충만한 기쁨으로 가득한 또 다른 성전이자 주교관으로 변화시키셨습니다.
독방생활의 스케줄을 짰습니다.
매일 새벽, 한 조각의 빵과 세 방울의 포도주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거룩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기억나는 성경 구절을 독방 바닥에 써놓고, 세상 가장 행복한 얼굴로
렉시오디비나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행하신 렉시오 디비나의 결실은 작은 담배갑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으셨는데, 퇴근하는 간수에게 전해졌고, 매일의 묵상 나눔은 베트남 교회 신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주교님의 렉시오 디비나의 결실들은 후에 ‘희망의 길’ ‘희망의 기도’ ‘지금 이 순간을 살며’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등등의 책으로 출간되었고,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희망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상태에서도 주교님은 희망하고 또 희망했습니다.
창문도 없는 어두컴컴한 독방, 딱딱한 밀집 매트, 지독한 습기로 인해 바닥은 이끼로 덮혀 있었고
매트와 마루 위에는 버섯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열악한 상황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혹독한 심문과 협박, 그리고 짙은 고독이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 이후 주교님은 더 이상 주변 상황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자유로워지셨습니다.
엄청 답답하셨을 텐데, 독방 생활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제가 갇혀 있는 감옥 근처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가끔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는 또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주교님께서 독방에서 쓰신 감사 노트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나에게는 거저 받은 선물이 많습니다.
반짝이는 아침 이슬, 햇빛, 한낮의 열기, 맑은 샘물, 시원한 바람, 새들의 지저귐, 따뜻한 우정의 손길, 친근한 교회 종소리. 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언제나 가득합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일 원 한 푼 내지 않고 누리고 있습니다.
눈을 바로 뜨고 정신을 차리면 끊임없이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은총의 기억이 나를 뒤덮고 있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성찰하고 깨닫고, 그래서 우리의 겨자씨만큼 미미한 신앙이 조금 더 성장하는 하루가 되기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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