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감히...
오늘 말씀 속에서 우리는 성령을 보내심에 대한 약속을 넘어, 사도들 시대를 포함한 초대교회의 험난한 상황을 감지하게 됩니다. 우선은 그리스도교를 이단으로 취급했던 유다교와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회당에서 내쫓을 것이다. 게다가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예수님 시대에 유다교에서는 특정 범죄자들을 회당 곧 자기들의 교회 공동체에서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1세기 말경 곧 요한 복음이 집필되던 시점에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유다인들을 본격적으로 파문시켰습니다. 요한의 독자들 가운데는 그렇게 파문을 당한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말씀은 법적인 소송에 의해 지배되는 하나의 드라마처럼 보입니다. 증인, 판관, 변호인 또는 보호자, 고소인 등 법적인 용어들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보호자는 예수님을 고발하고 판단하는 세상을 고발하고 판단합니다.
유다인들은 선한 표징들과 업적들을 동반하는 진리의 말씀을 거부합니다. 진리의 말씀, 곧 빛의 말씀을 거부함으로써 그들은 어둠의 세계에 갇히고 맙니다. 스스로를 단죄한 셈입니다. 표면상, 유다인들은 빛이신 예수님을 단죄하나, 예수님의 변호인인 성령은 그분이 옳으셨음을 제자들에게, 그리고 제자들을 기초 삼아 세워진 교회 안에서 증언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대한 사실, 곧 그리스도인들은 감히 그리스도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 세상에 널리 전파되어야 할 그리스도의 모습을 감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라는 사실 앞에 섭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 각자는 세상에 그리스도를 보여주어야 할 사람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더는 갈릴래아를 홀로 돌아다니시는 예수님, 기도하기 위해서 홀로 산에 올라가시는 예수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오로지 당신의 증인들과 함께하시는 분, 당신 증인들의 협조와 수고를 필요로 하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이 지상에서 당신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시고 함께 행동하신다는 사실을 부연하지 않는다면, 그분은 하늘에 올라 성부 오른편에 앉아계신 분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정녕 구원자시라면, 구원받은 사람들이 그분과 함께 있어야 하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예수님이 성령을 보내셨다면, 성령을 받아 성령의 도움과 인도로 세상에 예수님을 증언할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바로 그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주님이 약속하신 성령의 도움과 인도가 있다는 믿음으로 용기를 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감히 예수님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입니다. 진리의 말씀과 의로운 행적을 통하여 세상에 주님을 알리고 드러내야 할 사람들입니다. 사실, 이는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하여 주님의 자녀로 선택을 받던 순간 이미 주어진 사명이기도 합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사명으로 보일지 몰라도, 성령이 함께하시니 두려울 것 없습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을 통하여 우리 주님을 보여주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주님께 관심을 가지고 다가설 수 있도록 애쓰는, 보람 있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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