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광
최후의 만찬에 이은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 모음, 흔히 고별사라 불리는 이 모음의(요한 13-17장) 마지막 부분은 전체가 예수님의 기도로 채워져 있으며, 요한복음의 주요 주제들, 영광, 알다, 세상, 이름, 파견, 사랑 등과 같은 다수의 주제가 다시 등장합니다. 오늘과 내일과 모레에 걸쳐 이 주제들을 다시 묵상할 것이며,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베드로의 수위권에 관한 기사를(21장) 읽으며 부활시기를 마감하고, 성령강림대축일과 함께 교회의 시기, 곧 연중시기로 들어갈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십니다.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드는 기도의 자세는 가톨릭 전례의 특징으로서, 기도하는 사람의 전 존재가 하늘에 계신 분만을 향하여 움직인다는 것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유다인들의 희망은 종말에 하느님께서 결정적으로 개입하시는 때를 지향합니다. 성부께서 지정하신 이 때가 늘 예수님 활동의 배경을 이루는데, 이 때는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는 순간이나, 이 영광은 십자가라는 굴욕과 겸손의 한가운데에서 완전한 순종과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영광입니다. 이렇게 하여 성자께서 성부를 영광스럽게 하시며, 이 영광에는 또한 당신께서 누리시는 새로운 상황 곧 영원한 생명에 모든 사람을 동참시키는 권한도 포함됩니다. 이처럼 영생은 인간의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가장 값진 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고귀한 선물 앞에 우리가 할 일이라고는 성부를 아는 일, 곧 사랑하는 일이며, 이 일은 성자를 앎으로써, 곧 사랑함으로써 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당신의 영광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권한이라는 주제를 넘어, 이제 “아버지께서 세상에서 뽑으시어 저에게 주신 이 사람들”을 향합니다. 여기서의 세상은 하느님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기도는 제자들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세상에서 뽑힌 이들에게만 해당될 수밖에 없으나, 세상이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뽑힌 이들의 사명은 바로 이 세상을 구원으로 이끄는 데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이처럼 선교에 궁극적 목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당신의 제자들을 위해 성부께 기도하시는 목적도 결국, 이들이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오염되지 않는 삶으로 오히려 세상을 정화하기를 바라시는 데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영광의 때를 말씀하시며, 이 때가 성부를 향한 사랑과 순종이 결실을 맺는 때,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이 선물로 주어지는 때임을 밝히시며, 당신의 사람들 또한 이 영광의 시간에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라시며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십니다.
오늘 하루,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며 당신의 영광에 우리를 초대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주님을 힘껏 알리는 삶으로 주님께 더욱 큰 큰 영광을 드릴 수 있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