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 빛
오늘 복음은 산상설교라 불리는 단원의(마태 5-7장) 머리말 부분인 참행복(=진복팔단)에 관한 단락을(5,1-12) 바로 뒤따르는 본문입니다. 마태오 복음저자는 5-7장을 예수님의 여러 말씀을 모아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가르침을 제시하는 단원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그리스도교의 대헌장 같은 이 산상설교는 당신을 따르려는 이들을 위한 예수님의 기본적인 가르침으로 자리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하여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하는 말씀과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하는 말씀으로, 그들의 신원과 사명을 밝혀주십니다. 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라는 문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세상의 소금’에서의 ‘세상’(gês)은 ‘세상의 빛’에서의 ‘세상’(kosmos)과 다른 낱말로서 ‘땅’으로 번역해야 마땅하나, 이미 이 표현이 우리말로 하나의 관용구처럼 굳어져 있어 ‘세상’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땅’으로 번역해야 ‘짓밟힐 따름’이라는 표현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리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고 음식을 오래 보존하는 특성을 지녀, 성경에서는 소금 계약이라는 표현처럼(민수 18,19; 2역대 13,5) 어떠한 약속이나 계약의 항구한 가치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이 표현으로 제자 또는 신앙인들이 이 세상을 하느님과 맺은 계약 안에 보존하고, 또 그 세상에 ‘살맛’을 더해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입니다.
다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이니 빛으로서의 삶에 충실하라고 이르십니다. 세상의 빛이라는 표현은 우선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로 시작되는 이사야 예언자의 선포 내용(이사 60,1-3), 곧 백성들을 하느님께로 이끌기 위해 산 위에 자리 잡은 예루살렘의 사명과 세상을 비출 이스라엘의 사명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렇게 제자들은 “사람들 앞을 비추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해야 할” 사명 앞에 섭니다. 빛으로서의 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은 착한 행실이며, 목적은 하느님 찬양입니다. 착한 행실은 율법에 따른 행위보다는 자비를 기초로 한 행위를 말하며, 이는 단순히 덕을 과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를 맛볼 수 있도록 그들을 이끄는데, 필요하다면 그들을 회개의 길로 이끄는데 목적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처럼 우리를 모두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의 삶으로 초대하십니다. 세상을 살맛나는 세상, 부패하지 않는 세상으로 만들며, 우리의 자비로운 행위를 통하여 세상 사람들을 하느님 아버지께 이끌어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도록 독려하십니다.
오늘 하루, 소금과 빛으로서의 삶을 가슴에 새겨 실천에 옮기는 가운데,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임을 각인시키며,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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