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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0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6-20 조회수 : 162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

 

 

제 출신 본당인 고색동 본당이 설립된 해는 제가 소신학교 3학년이던 1970년이었고, 초대 본당 신부님은,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막 사제로 서품되신 새내기 신부님이셨습니다. 수원 변두리 농촌 지역이니, 본당 살림은 정말 어려웠고, 따라서 재정 상태는 말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느 주일 강론 때였을 겁니다. 신부님은 이러다가는 본당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는지, 다음과 같은 궤변(?)을 늘어놓으시는 겁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도 이제 돈을 좋아하시게 되었습니다. 사실 하느님은 사람의 마음을 좋아하시는데, 그 사람의 마음이 온통 다 돈에 가 있으니, 하느님도 할 수 없이 돈을 좋아하시게 되었습니다하는 삼단논리셨습니다. 그러니 하느님 기뻐하시도록 헌금과 교무금 좀 많이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토로하셨던 것입니다. 다들 오죽했으면 신부님이 저런 말씀을 하실까 생각하며, 죄송한 마음을 나눴던 생각이 납니다.

 

오늘 주님은, 간결한 가르침을 통해, 무엇이 참된 재물인지를 일깨워주십니다. 우선, 이 세상의 재물에 집착하거나 긁어모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잘못이라고, 신앙인다운 모습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라져버릴 대상, 간수하려고 안간힘을 써도 결국 흩어지고 말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영원히 머무를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말씀하십니다.

 

영원히 머무를 재물, 무엇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내는 모든 선행을 가리킬 것입니다. 이런 행위를 이루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로 거듭나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그 사랑으로 모든 이를 형제로 받아들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쌓아가는 선행이야말로 좀과 녹으로 훼손되지도 않고, 어느 누구도 뚫고 들어와 훔쳐 갈 수 없는 보물, 하늘에 쌓는 보물이 될 것입니다.

 

무엇으로도 훼손되지 않고, 어느 누구도 훔쳐갈 수 없다 하더라도, 신앙인으로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신앙 전수에서 저에게 가장 큰 분이셨던 어머니, 제게는 신앙인의 모범이고 전형이셨던 어머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서는 자랑하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쌓아놓은 보물이 다 사라지고 만단다.

 

신앙인으로 살아오면서, 특히 사제로 살아오면서, 어머님 말씀대로가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아, 아직도 난 눈이 성하지 못해 온몸이 어두운 사람이구나하는 반성이 앞섭니다. 아무리 작은 선행이라도 누군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알아보지 않으면 섭섭한 감정 숨기지 않았던 순간들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남은 시간만이라도 어머님의 실천적 행동을 통해 새겨진 주님의 고마운 가르침에 충실한 사람 되겠다 다짐해 봅니다. 오늘 하루, 하늘에 재물을 더 많이 쌓아 올리는 복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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