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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6-24 조회수 : 104

갑곶성지에서 사목할 때, 관리 직원을 뽑기 위해 공고를 냈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분이 이력서와 본당 신부님의 추천서를 들고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한 분의 이력이 너무나 화려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명문대를 졸업하셨고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자격증도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이분의 이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분은 갑곶성지 관리 직원으로 채용되셨을까요? 이분이 아닌 다른 분을 채용했습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자신이 지금 해야 할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얼마나 잘 나갔는지만 계속 이야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결정적인 문제는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서 힘든 일을 해야 하는 갑곶성지 관리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력, 경력, 왕년이라는 수식어가 화려한 배경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가 아닐까요? 이런 것들이 성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현재의 역량을 얼마만큼 발휘해 내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신앙생활에서도 학력, 강력, 왕년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종종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을 만납니다. “제가 예전에는 복사도 열심히 했었어요.” 그러면 저도 이렇게 응답합니다. “어렸을 때는 다 열심히 해요.”

 

과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통해 지금을 주님 뜻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과거에만 갇혀 있는 것은 아닙니까?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입니다. 자기 뒤에 오실 예수님을 세상에 알리면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한 요한 세례자의 탄생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의 탄생은 남과 달랐습니다. 의로운 이들이었던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을 통해 탄생하시게 되지요. 이 부부는 나이도 많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이들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즈카르야는 태어날 아기의 잉태 소식을 믿지 않아서 벙어리가 되었다가, 오늘 복음에도 나오듯이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글 쓰는 판에 적자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하는 놀라운 일도 생겨납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가 드러나는 이 사건 이후, 요한은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았을까요?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 살았다는 것은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준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모세와 엘리야의 전통을 이어서 예언자적 소명을 계속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왕년의 특별한 사건에 멈춰있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하느님과 함께하고 하느님의 일을 하셨던 것입니다. 바로 이 요한 세례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어떠했는지를 묵상하게 됩니다. 과거에 연연하면서 지금은 전혀 하느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과거나 현재나 똑같이 하느님과 함께하는 분만이 미래에도 하느님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꿈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꿈만 좇는 바보처럼 보여도 좋을 것이다(라이트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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