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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6-26 조회수 : 104

유다인을 자그마치 43만 7천 명을 학살한 아돌프 아이히만을 잘 알 것입니다. 나치 독일 패망 이후 도망자로 살다가 1961년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되어 기소되었습니다. 그가 직접 계획하고 명령해서 수많은 사람의 학살이 이루어졌지만, 그는 끝까지 “어떠한 인간도 죽인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정신이 이상한 것일까요? 어떻게 그런 끔찍한 학살을 계획하고 명령했으면서도 전혀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여섯 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진단했습니다. 그 결과 그를 정상으로 판정했고, 그중 한 명은 “내 상태보다도 정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상이면서도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합니다. 악이 평범해졌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스스로 악을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그는 학살이 아니라 최종 해결책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법률을 준수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여기서 자기 행위의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았고, 또 상대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평범한 우리도 가능합니다. 자기 행위의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더 나은 방법이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남들도 다 그렇게 하잖아.’ 이런 식으라면 자기도 모르게 끔찍한 악으로 향하게 됩니다.

 

사랑의 계명을 말씀하신 주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이웃 사랑을 강조하신 주님 안에 늘 머물러야 합니다. 이렇게 머물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는 사람은 악을 멀리하고 선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주님의 영광을 이 세상에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산상 설교의 마지막 부분으로 말씀을 듣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진정한 제자의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십니다. 즉,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라고 말씀하시지요. 외적인 신앙 고백이나 감정적인 열정만으로는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것만이 구원의 기준이 된다고 하십니다.

 

참된 신앙이라는 무엇일까요? 주님 말씀대로, ‘입으로 주님을 부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삶으로 주님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행위의 옳고 그름을 스스로 깨닫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사랑의 실천에 적극적인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신앙만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반석 위에 지은 집과 같습니다.

 

 

오늘의 명언: 역경은 당신에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할 용기를 준다(앤디 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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