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 건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마태오 복음저자는 13장에 예수님이 여러 장소에서,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늘 나라 곧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비유로 말씀하신 내용을 모아놓고 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가라지의 비유에 이어, 오늘 예수님은 겨자씨와 누룩에 비유하여 하늘 나라를 설명해 주십니다.
먼저, 하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십니다. 겨자씨는 실제로 가장 작은 씨앗은 아니지만, 우리말의 깨알처럼, ‘겨자씨처럼 작다’라는 말이 하나의 속담처럼 가장 작은 것을 가리키는 데 쓰였습니다. 겨자는 한해살이풀로 성장이 빨라 좋은 조건 속에서는 3미터까지 자라 새들이 모여 깃들기도 합니다. 이 비유를 통해, 예수님은 하늘 나라는 출발선상에서는 작고 초라하고 불안해 보이더라도, 그 완성은 놀랄만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일깨우십니다. 이어서 누룩이 등장합니다. 누룩은 밀가루 반죽을 부풀게 하거나 막걸리를 빚는 데 사용하는 발효종을 말합니다. 여기서는 “밀가루 서 말속에 집어넣었더니” 하는 표현으로 보아 제빵에 관한 것으로, 한 줌의 누룩이 두 말 정도의 밀가루를 100명분의 식사에 충분한 양으로 부풀게 한다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굳이 겨자씨와 누룩을 비교하자면, 겨자씨가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눈으로 볼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누룩은 밀가루 반죽 속에 뒤섞여 눈에 보이지 않고, 그 결과 또한 감춰진 채로 남아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유의 의도 측면에서 본다면, 겨자씨 비유는 크기의 문제로서 작은 것이 큰 것으로 성장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면, 누룩 비유는 분량의 문제로서 적은 양으로 많은 양을 엮어낸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어, 둘 다 보잘것없는 출발과 엄청난 결과 사이의 대조 관계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비유를 통해 예수님은 우선은 제자들에게, 이어서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하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제자들 또는 그리스도교가 시작 단계에서는 유다교 또는 백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핍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비좁은 이스라엘 땅을 떠나 이방인 세계를 향해 전진을 거듭할 것이라는 확신을 넣어주고자 하십니다. 따라서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 자체가 사도들은 물론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씀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은 파견하신 분 앞에, 그 결과가 엄청나다 하더라도, 겨자씨처럼 작은 존재임을 늘 의식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일해야 하며, 누룩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부풀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도 함께 담고 있음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비유 말씀을 통해 하늘 나라 건설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이 나라 건설에 초대된 우리는,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는 어떠한 역경과 몰이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 앞에 섭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말과 행동이 진실을 좇고 정의를 추구하며 일치를 도모하는 하루, 아니면 적어도 거짓을 피하고 불의를 고발하며 분열을 마다하는, 곧 참 신앙인의 모습을 펼쳐나가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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