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밝히는 등불
[말씀]
■ 제1독서(다니 7.9-10.13-14)
기원전 2세기, 유다 백성은 그리스 문화를 강요하고자 했던 셀레우코스 왕가의 안티오코스 4세의 박해로 짓눌려 있었습니다. 다니엘서 저자는 실의와 좌절 속에 헤매던 유다인들에게 신앙의 용기를 북돋워 주고자, 신비스러운 미래의 인물인 ‘사람의 아들’의 개선을 예고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오실 것이며, 뭇 민족은 쓰러지지도 멸망하지도 않을 그분의 영원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을 찬양할 것입니다.
■ 제2독서(2베드 1,16-19)
베드로 2서의 저자는 주님 재림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던 신앙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자 합니다. 저자는 사도 베드로의 유훈 형식을 빌려 그들에게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할 이유를 상기시킵니다. 사도들 역시 어두움 속에서 이러한 불안을 체험했던 적이 있으나, 주님이 잠시나마 당신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신 순간부터 그 빛에 인도되어 살아가기를 다짐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도들의 증언을 가슴에 새기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빛을 향한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 복음(루카 9,28ㄴ-36)
주님이 부활하시고 난 다음에야 사도들은 주님의 말씀들과 행적들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몇몇 제자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셨을 때 보여주셨던 예수님의 거룩한 모습,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와 예언자들을 대표하는 엘리야와 함께하고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제자들의 눈에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모습이었으나, 이제 예수님은 “하느님이 선택한 아들”,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실 분, 그러니 “그분의 말씀을 들어야 할” 분으로 선포되십니다. 제자들은 듣고 따라야 합니다.
[새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라면 누구나 온갖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시시각각으로 밀려오는 시련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이고 극복하고자 노력해 나갈 때 비로소 기쁨과 보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마음을 채우고 있는 너저분한 욕심을 포기해야 하고 삶의 안정을 지탱해 주는 세속적인 요소들을 털어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긴 여정이기에 늘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마음, 매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죽어 다시 태어나겠다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이며, 이스라엘 백성이, 이제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라나서기로 다짐했으면서도 십자가에 이르는 고통 앞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던 제자들에게 주님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으로서의 당신의 참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스승의 눈부시게 빛나는 거룩한 모습 앞에서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초막 셋을 지어 다시 한번 그냥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성부의 말씀대로 제자들은 스승의 뜻을 받들어 다시 따라나서야 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제자들이 걸어갔던 그 길, 우리도 따라나서야 합니다. 그 길이 암흑 속을 걷고 있는 우리를 참 빛으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참 빛이신 주님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는, 복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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