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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1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8-11 조회수 : 76

예수님과 베드로

 

 

오늘 말씀 가운데 성전세라는 주제도 예외적이지만, 그 주제를 논하는 등장인물이 예수님과 베드로, 단 두 인물에게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도 정말 특이합니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특수한 관계가 전제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의 첫 주제인 수난과 부활 예고는 두 번째 예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말씀에서 첫 번째 예고 말씀과 함께,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하는 반응을 보였던 베드로가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탄과 같은 존재로 호된 꾸지람을 받았던 사실을 기억합니다. 사실 예수님도 베드로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당신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베드로의 반응 속에는, 비록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 할지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강력한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1차에 이어 오늘, 비교적 간결한 형태로, 두 번째 예고가 전달됩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사흗날에 되살아날 것이다.이 예고 말씀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은 몹시 슬퍼함입니다. 부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우리 주님이 고난을 받으신다거나 죽음에 붙여질 것이라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자들 가운데서도 베드로의 슬픈 감정은 강렬했을 것입니다.

 

다음 주제는 성전세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주제를 다룸에 있어 예수님의 대화 상대자가 베드로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시사해 주는 바가 큽니다. 더욱이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몫까지 챙겨주신다는 사실이 이러한 시사점을 더해줍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하다 보면, 갈릴래아 호수 주변 식당에서 꼭 한 번 맛보게 되는 생선 요리가 있는데, 그 생선의 이름이 성 베드로입니다. 순례 안내자는 베드로가 평소 즐겨 잡던 물고기, 또는 잡다 잡다 못다 잡은 물고기가 바로 이 고기라고 소개하지만, 실은 오늘 복음의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예수님 시대에 모든 유다인 남자는 하루 품삯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전세로 바쳐야 했으며, 이때는 데나리온과 같은 로마제국이나 드라크마와 같은 그리스의 화폐가 아니라, 반드시 거룩한 화폐로 취급되던 유다인 화폐 세켈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성전 앞에 환전상들이 장을 펼치고 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예수님은 성전세 문제로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베드로에게 납부를 지시하시지만,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온전한 자유가 우선임을 역설하십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와 이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대화하시면서, 지상 교회의 책임자가 될 베드로가 교회의 행동 양식을 지혜롭게 결정하고 집행해 나갈 것을 독려하고 계신 것입니다. 내일부터 묵상하게 될 복음 말씀, 곧 마태 18장의 주요 가르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과 베드로의 신뢰에 찬 관계를 다시금 확인합니다. 주님처럼 늘 수난과 죽음의 위협 속에 교회를 이끌어 나가는 가운데, 인내와 지혜 또한 겸비할 것을 촉구하시는 예수님의 말씀 속에서 베드로를 포함한 당신 자녀들에 대한 애정과 격려의 마음을 읽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사회 현실 속에서 온전한 자유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천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다져나가는, 복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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