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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5-08-17 조회수 : 145

[연중 제20주일] 
 
루카 12,49-53 
 
피가 불이 되게 하는 법: 내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법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라며 당신 사명을 조금은 강렬한 말투로 선포하십니다.
이 ‘불’은 대체 무엇일까요? 
 
우선 예수님은 불을 지르기 위해서는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라고 하시며 당신 죽음과 부활에 대해 미리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당신 죽음을 통해 어떤 불을 지르려고 하시는 것일까요?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 나오는 ‘선생님의 눈물’이라는 사연이 이 진실을 보여줍니다.
반에서 왕따 당하던 정태. 정태를 때려 징계를 받게 된 가해자 아이들은 이번에는 상처가 남지
않도록 정태의 머리를 화장실 변기에 처박고 물을 내리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또 징계위원회가 열렸지만, 담임 선생님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아이들에게 한 번만 더
달라고 눈물로 호소합니다. 
 
그날 이후, 선생님은 매일 아침 누구보다 먼저 학교에 와서 화장실 변기를 맨손으로 닦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가해자 세 명 중 한 아이가 울며 선생님께 용서를 구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를 안아주며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너희들을 잘못 가르친 탓이지. 정태는 여기에 머리가 박혔는데… 선생님이라도 이 더러운 변기를 깨끗하게 닦아 놓아야 가엾은 정태가 또다시 이런 일을 당해도 상처를 덜 받을 테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눈물을 흘렸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명 아이는 끝까지 용서를 빌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십자가의 피는 누군가의 가슴에 들어가 불이 되어 그 아이의 자아를 태웁니다.
그러나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아무리 모세가 구리뱀을 매달아도 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누군가의 피가 그 사람 안에 들어가 새로 태어나게 만들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하나는 피의 순수성이고 또 하나는 자아를 태우려는 의지입니다.
피가 순수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먼저 자기 자아를 죽이기 위한 피 흘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이 그 진실을 보여줍니다.
늙은 리어왕은 세 딸에게 왕국을 세 부분으로 세 딸에게 내어주겠다고 자신에 대한 사랑을 말해 보라 합니다.
첫 두 딸은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만, 막내는 그렇지 못합니다.
리어왕은 분노하여 셋째 딸의 땅까지도 첫째와 둘째에게 줍니다.
그러나 그들은 땅을 받자 마음이 변합니다. 
 
자신에게 온 늙은 아버지를 쫓아냅니다. 나중에 가난하게 사는 셋째만이 아버지를 받아줍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포함한 모든 자녀들의 죽음으로 끝나고 맙니다.  
 
어떤 어머니는 자신이 며느리를 괴롭혀 며느리가 죽었음에도 아들이 자신을 보려 하지 않자
“내가 평생 너만을 위해 살았는데, 네가 나에게 그럴 수 있니?”라고 한탄합니다.
과연 그 피 흘림이 순수했을까요? 리어왕은 자녀들을 미래를 위한 보험쯤으로 생각하였기에
그 재산을 내어주는 피 흘림이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자녀 자아를 죽이는 불이 되려면 그 피가 내 자아의 죽음이어야 합니다.  
 
제 책 『사랑하는 조카들아, 이것만 읽고 냉담하면 안 되겠니?』에 나오는 사례입니다.
두 아이가 일찍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큰아버지 집에 맡겨집니다.
그러나 큰아버지는 아이들을 짐으로 여기고 학대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도망 나와 멀리 부산에 있는 선생님에게 전화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맡이 키우기로 합니다.
누나는 엄마의 말을 잘 따랐지만, 동생은 끝까지
선생님을 엄마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 때문에 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입원하자, 부모 생각이 났는지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선생님에게 “엄마는 아들한테 미안한 게 왜 그렇게 많아요?”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행복했고 아이들은 훌륭하게 잘 자랐습니다.  
 
그냥 부모라고 불러주는 것에 만족할 수 있는 피 흘림, 이것만이 삼구가 빠져나가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 자아를 태우는 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당신 사명에 참여하기 위해 그런 작은 불쏘시개가 되라고 파견받습니다.
상대가 자기 자아를 죽이기를 원한다면, 오직 나의 자아를 죽인 피만이 상대의 자아를 불사를 수 있습니다.
불쏘시개, 곧 엄마가 되는 것만으로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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