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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8-21 조회수 : 93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예전에는 귤을 겨울에만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닐하우스 덕택에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귤은 품질이 좋습니다. 단맛도 좋고, 모양이 균일해서 상품성이 좋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조금 싱겁습니다. 노지 귤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야외 밭에서 햇빛, 비,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자란 귤입니다. 당도도 좋지만, 비닐하우스 귤과는 달리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좋은 자연스러운 맛과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병충해나 태풍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서 못생긴 귤이 많습니다. 그만큼 상품성은 떨어집니다.

 

이 노지 귤이 우리 인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삶에서의 고통과 시련으로 많은 아픔과 상처를 갖게 됩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숙하여 갑니다. 자기만의 고유한 맛을 내게 됩니다.

 

화려하고 멋진 삶을 원하는 이 세상입니다. 세상은 겉보기에 좋은 사람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또 실제로 이런 사람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겉으로 보이는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길이 가장 필요한 것처럼 착각합니다. 하지만 성숙하지 않고 자기 고유함이 없다면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싱거운 귤처럼 의미 없는 삶이 되고 말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은 결코 화려하고 멋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라해 보이고 또 어렵고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약속하신 하느님 나라에 당당하게 들어갈 수 없습니다.

 

‘혼인 잔치의 비유’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초대에 우리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이야기해 줍니다. 첫 번째로 초대받은 사람들은 밭으로 가고 장사하러 가는 등 관심이 없습니다. 또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이는 적대적인 마음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초대보다 세상일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사랑보다는 적대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군대를 보내어 살인자들을 없애고 그들의 고을을 불살라 버립니다.

 

이제 아무나 잔치에 초대합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라고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구원에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잔치에 왔는데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쫓겨나고 말지요.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외적인 모습을 보신다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예복은 단순한 옷이 아닌 내적인 준비, 회개와 믿음을 의미합니다. 즉, 부르심을 받았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는 예수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겉보기에 좋은 세상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나의 영혼을 성숙하게 해줄 주님 뜻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큰 기쁨의 잔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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