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고 감미로운 기도 생활을 맛보았다면!
이 주간 계속 봉독하게 될 마태오 복음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를 향한 예수님의 강력한 경고 말씀인데, 천천히 듣고 묵상해보니, 너무나 강경하고 날 선 말씀이라, 당시 말씀을 듣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엄청 화가 났을 것이 분명합니다.
예수님 입에서 나온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르는 데다, 당시 그들이 실제적으로 저지르던 악행을 너무나 정확하게 지적하시니,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 입장에서 속이 부글부글거리며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복수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지도자들이나 절대 권력이 저지르는 불의와 악행 앞에 절대 침묵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 가톨릭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시로 직면하는 거대한 악과 불의 앞에 취해야 할 노선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라 전체가, 교회 전체가, 공동체 전체가 최고 책임자와 그 주변 인물들의 그릇된 처신과 선택 앞에서, 그러려니 하고 침묵한다?
그들의 회개를 위해 조용히 기도만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긴다?
성직자들은 교회 울타리 안에서 조신하게 신앙의 진리만 선포한다?
예수님께서 보시면 크게 분노하실 처신이리라 확신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영적 생활만 잘 하면 그만인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영적 생활과 실제 생활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깊이 있고 감미로운 기도 생활을 맛보았다면, 그 결과물이 있어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더 조화롭게 지내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성장과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고, 복음 정신에 따라 공동선을 실천하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동료 인간들을 위해 헌신해야 마땅합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날 선 말씀을 묵상하다 보니, 불에 달군 화살 같은 예수님 말씀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 사목자들, 성직자, 수도자, 지도자들을 향한 말씀이었습니다.
가끔 만나게 되는 증거가 안되는 사목자, 지도자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세상이 바뀐지 오래 지났는데도, 아직도 구 시대적, 제왕적, 독단적, 가부장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과도하고 분별없는 언행으로 인해 공동체 전체가 고통을 받습니다.
양들은 목자로부터 사랑받고 위로받기는커녕 협박받고 공격당합니다.
그들은 존재 자체로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 증거자로 전락합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로 인도해도 부족한데, 하느님 나라의 문을 잠가버립니다.
결국 그들도 못 들어가게 하고 본인도 들어가지 못하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나이를 조금 먹어가다보니 과거 젊은 사목자 시절 미성숙과 부족함으로 인해 양들에게 저질렀던 과오와 흑역사가 떠오릅니다.
떠오를 때마다 큰 부끄러움과 송구함에 크게 이불킥을 합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위선자나 눈먼 인도자로 살지 않도록 간절히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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