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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7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8-27 조회수 : 171

불행하여라, !

 


오늘 우리는 일곱 가지 불행 선언 가운데 마지막 두 선언을 읽고 묵상합니다. 회칠한 무덤과 같은 존재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비난하는 여섯째 불행 선언은 그 동기에 있어서는 직전의 다섯째 선언과 유사합니다: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예루살렘을 순례하다 보면, 키드론 골짜기 주변에서 많은 무덤을 목격하며, 모두 흰색을 띠고 있습니다. 밤에도 무덤을 분별할 수 있도록 횟가루를 뿌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무덤은 죽음과 맞닿아 있는 부정한 장소이므로 어두움 속에서도 그것을 알아보고 접근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성전을 방문하러 오는 이들이 밤에 몸이 닿아 부정하게 됨으로써, 성전 전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려는 조치입니다. 아무튼 이미지는 강렬해 보입니다. 예수님은 이 불행 선언을 통해서, 의롭게 보이기 위해 겉모습은 횟가루로 아름답게 꾸며 놓았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 곧 위선자의 악취와 율법에 반하는 정신으로 가득 차 있음을 폭로하고 계십니다.

 

마지막 불행 선언에도 무덤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앞선 불행 선언과 연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유다인들은 조상들이 잘못해서 처형해 버린 위인들의 무덤을 단장하여 속죄의 뜻을 피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조상들의 시대에 살았더라면, 예언자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우리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참 예언자들 모두 갖은 반대와 핍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을 박해한 사람들은 자신을 율법에 성실한 사람, 곧 의로운 사람으로 자처하던 사람들이었으며, 예수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예수님 시대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예언자들을 살해한 자들의 자손임을 스스로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러니 너희 조상들이 시작한 짓을 남김없이 하여라하는 말씀으로, 예언자 가운데 예언자이시며 의인 가운데 의인이신 당신의 죽음과 함께 당신이 파견하실 제자들의 운명을 이미 내다보고 보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34을 읽어 보시면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제 내가 예언자들과 현인들과 율법 학자들을 너희에게 보낸다. 그러면 너희는 그들을 더러는 죽이거나 십자가에 못 박고, 더러는 너희 회당에서 채찍질하고 또 이 고을 저 고을 쫓아다니며 박해할 것이다.

 

일곱 차례의 불행 선언에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세 번째 선언의 눈먼 자를 예외로 하면, 위선자로 고발됩니다. 다시 말해서,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아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며, 믿는 대로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로 비난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예수님 시대의 종교 지도자들에게만 국한되는 질책은 아닙니다. 우리도 우리의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아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며, 믿는 대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위선자 또는 눈먼 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언행(言行)과 지행(知行)과 신행(信行)이 일치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가톨릭 신앙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한층 높이는 복된 하루,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말과 앎과 믿음이 권위를 드러낼 수 있는, 뜻깊은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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