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하고 슬기로운 종
연중시기 평일 미사 복음 가운데 1-9주간은 마르코 복음, 10-21주간은 마태오 복음, 그리고 22-34주간은 루카 복음을 읽습니다. 따라서 마태오 복음은 이번 주간까지 봉독되고, 다음 주간부터는 루카 복음으로 넘어갑니다. 이러한 전례적 여정에서 오늘부터 사흘 동안 마태오 복음 24장과 25장에 나오는 ‘마지막 때’에 관한 말씀, 곧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 이야기(오늘), 열 처녀의 비유 이야기(내일), 탈렌트의 비유 이야기(모레)를 읽고 묵상하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하여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하는 말씀으로 가르치기 시작하십니다. ‘어느 날에 올지 모른다’라는 표현에서 주인의 오심은 마지막 심판의 때를 가리킬 수 있으나, 이어지는 말씀에 담긴 ‘몇 시에 올지 모른다’라는 표현에서는 우리 각자가 언젠가 분명히 맞이할 죽음의 시간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이 최후 심판의 날이든 우리 각자의 죽음의 시간이든,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 날과 이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특별한 ‘깨어 있음’이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는 마지막 시간에 대한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경계의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제자들은 물론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깨어 있음은 늘 갖추고 살아야 할 기본자세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깨어 있음이 신자와 비신자를 가름하는 척도로 다가옵니다.
이어서 이야기는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주인이 제때에 양식을 내주도록 집안 식솔들을 맡긴 종, 이름하여 청지기의 직무 수행에 관한 태도가 주제로 떠오릅니다. 충실한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잘 관리하고 집안일 전반을 살피며 수하의 다른 종들을 감독하는 사람, 오늘 말씀에 의하면 특별히 생명 유지를 위해 제때에 양식을 내주어야 하는 사람이며, 그에게는 지난 사흘 동안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거슬러 울려 퍼졌던 불행이 아니라 행복이 선언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이 행복 선언은 주인이 자기의 모든 재산을 맡기는 것으로 구체화합니다.
그러나 여기 ‘못된 종’도 등장합니다.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어지는구나.’하고 생각하며 동료들을 핍박하고, 술꾼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며 주어진 직무를 저버리는 청지기를 말합니다. 주인으로부터 식솔을 보살필 임무를 부여받은 존재임을 망각하고서, 왜곡된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입니다. 이 사람은 위선자들과 같은 운명, 곧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예고된 운명을 겪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말씀을 듣고 있는 제자들이 늘 충실한 종으로 머물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듯합니다. 종은 주인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며, 그 뜻을 온전히 실행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이 당신이 늘 함께하고 계심을 믿고, 교회와 교회 구성원들을 섬기며 변함없는 봉사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십니다.
오늘 하루, 주님과 주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삶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하는 하루, 그리하여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으로서의 복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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