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베드로의 소명
복음 전파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착수하신 첫 번째 사업은 협조자들, 곧 제자들을 선택하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복음서와 마찬가지로, 루카 복음서에서도 예수님 곁에는 늘 제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늘 데리고 다니시면서 당신의 말씀을 직접 두 귀로 듣게 하고, 당신의 행적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하십니다. 바로 이들이 예수님의 뒤를 이어 귀와 눈으로 직접 듣고 본 것을 전하며, 지상 교회를 맡아 구원사업을 펼쳐나갈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제자 양성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최대 역점 사업이 제자 양성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의 주요 활동 무대인 겐네사렛 호수, 곧 갈릴래아 호수에서 군중을 대상으로 가르치십니다. 군중이 몰려들자, 자리를 정리하십니다. 군중이 멀리서나마 당신을 직접 뵙고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호숫가에서 자리를 옮겨, 호수에 배를 뛰어, 그 배 위에서 말씀하십니다. 마치 시야가 넓어지는, 계단식 대강의실을 연상해 볼 수 있습니다. 청중은 호수 주변의 언덕에 앉아, 임시로 마련된 배라는 연단에 자리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습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배가 필요합니다.
호숫가에는 두 척의 배가 있었고, 어부들은 그물을 씻고 있었습니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어부들, 실의 빠져 있을 만도 한데 그래도 다음 날을 희망하며 늘 해오던 대로 그물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어부들의 일상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그 가운데 시몬 베드로의 배에 오르신 예수님은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십니다. 귀찮은 일이었으나, 어제 복음에 보도되었듯이, 장모의 병을 치유해 주셨기에 감사의 마음으로 흔쾌히 부탁을 들어드립니다. 그러나 문제는, 군중을 대상으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 베드로에게 내리신 지시에 담겨 있습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시몬 베드로로서는 어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장모와 동네 사람들을 질병에서 치유해 주시는 능력을 지니신 대단한 분이라 하더라도, 고기 잡는 일에 있어서는 경험상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간밤에는 허탕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깊은 데를 말씀하시니 모르셔도 정말 모르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경험을 뛰어넘는, 저항할 수 없는 강한 힘에 사로잡혀 순응하기에 이릅니다. 강한 힘, 그것은 바로 은총이었고, 그 은총을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 잡아,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에서 체험하게 됩니다. 베드로의 즉각적인 반응, 곧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종입니다” 하는 외침은 이와 같은 은총을 받기에 부족한 존재임을 고백하는 또 다른 은총의 기회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인 야고보와 안드레아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이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일뿐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부르시며, 우리가 응답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기도 안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더욱 귀 기울여 지체 없이 응답만 한다면, 당신의 제자들을 위해 그러하셨던 것처럼, 사랑과 인내로 우리를 키워 하느님 나라와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신앙인, 나아가 하느님 나라 건설에 꼭 필요한 일꾼으로 만들어나가시리라는 믿음으로, 오늘 하루 활기차게 시작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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