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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09 조회수 : 160

루카 6,12-19 

 

사람 때문에 상처 받지 않는 법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많은 나라가 어딜까요? 이것도 역시 한국이 1위를 하였습니다.

외롭다는 말은 관계를 두려워한다는 말입니다. 관계를 두려워한다는 말은 상처를 많이 받는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관계에서 상처받아야 할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상처줄 수 있는 사람은 나도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사람을 안 만나고 살면 되냐고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사람을 안 만나면 뱀만 만나며 살아야 합니다. 뱀은 자아이고 악의 세력들입니다.

그렇게 사람이 외로워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처받지 않고 만날 사람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교회의 반석이 될 열두 사도를 뽑으십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아주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당신의 기준으로 뽑지 않으십니다.

대신 그분은 “산으로 가시어 밤을 새워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불러 그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라고 이름 붙여 주십니다. 

 

그리고 그 명단에는,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름 하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배신자가 된 유다’입니다.

전지전능하신 분께서, 장차 당신을 팔아넘길 사람을 왜 뽑으셨을까요?

이것은 신학적으로 풀 수 없는 신비 중의 신비입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은 밤새워 기도하고 골몰히 생각해서 유다를 뽑으셨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기도는 그런 게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기대하셨을 것이고 그러면 유다가 배신하였을 때 상처 입으셨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누구에게도 상처 입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기대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사람을 만나되 상처 입지 않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기도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누구를 뽑을까?’ 하고 깊이 고민하신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을 것입니다.

‘아버지, 저는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보내주시는 사람을 알아보게 해 주십시오.’

바로 이 마음으로 밤을 새워 기도하신 것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을 통해 왔거나, 형제의 인도로 왔으니 아버지께서 보내셨다는 증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어땠을까요? 아마 예수님 마음에는 전혀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를 뽑으신 이유는 단 하나, 밤샘 기도 중에 ‘이 사람 또한 아버지가 너에게 보낸다.’라는

확신을 얻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을 뽑으면 후회가 없습니다.

나중에야 ‘아, 그래서 아버지가 그를 보내셨구나!’ 하고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기도를 통해 나의 생각을 비우지 않고, 오직 나의 지식과 경험만으로 사람을 뽑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혼할 배우자를, 회사의 직원을, 그리고 우리 본당의 봉사자를 말입니다.

그 선택은 종종 후회와 실망으로 끝나게 됩니다. 

 

여기, 자신의 뛰어난 안목과 생각만으로 사람을 뽑았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바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입니다.

1983년, 젊은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을 더 큰 회사로 키우기 위해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당시 펩시콜라의 사장이었던 존 스컬리를 찾아갔습니다.

스컬리는 마케팅의 귀재였고, 잡스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는 스컬리에게 역사에 남을 유명한 말로 그를 유혹했습니다.

“남은 인생을 설탕물이나 팔면서 보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저와 함께 세상을 바꾸시겠습니까?” 

 

스컬리는 잡스의 열정과 비전에 감동하여 애플의 CEO가 되었습니다.

잡스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허니문은 길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인 경영인 스컬리와 이상주의적인 예술가 잡스는 사사건건 부딪혔습니다.

잡스는 스컬리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분노했고, 스컬리는 잡스가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1985년, 존 스컬리는 이사회를 소집하여, 스티브 잡스를 그가 세운 애플에서 쫓아내는 비극을 연출합니다.

잡스는 자신의 똑똑한 머리로,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만들 사람을 바로 자기 손으로 뽑았던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 일로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요?

그 이유 때문인지 그의 몸 안엔 암세포가 자라기 시작하였습니다. 

반면, 나의 생각을 비우고 나보다 더 뛰어난 지혜에 의탁하여 사람을 뽑았을 때,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더라도 나중에는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이 한창일 때, 북군의 총사령관 자리는 계속해서 패배의 늪에 빠져 있었습니다.

링컨은 새로운 사령관을 임명해야만 했습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참모가 그의 임명을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각하, 그랜트는 안 됩니다! 그는 지독한 술주정뱅이입니다.

전투 중에도 술에 취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실제로 그랜트는 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각했고, 성격도 무뚝뚝했습니다.

링컨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그는 결코 마음에 드는 인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링컨은 자신의 생각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오직 한 가지 사실에만 집중했습니다.

‘이 사람은 계속해서 이기고 있다.’ 링컨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실이 하느님께서 뽑으신 증거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는 반대하는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랜트가 마시는 위스키 상표가 무엇인지 알려주시오.

내가 다른 장군들에게도 한 통씩 보내주겠소.”

링컨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줄 그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랜트는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끌며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밤을 새워 기도하신 이유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구원 사업을 위해 누구를 보내주시는지를 알아듣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뽑을 때, 내 생각과 내 마음에만

의지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나의 능력은 한계가 있고, 나의 이해력은 편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뽑아서 기대를 하기 때문에 상처도 받습니다.

그렇게 점점 두려워지고 고립되고 외로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귀족이었던 하느님의 종 예카테리나 데 후에크 도허티(Catherine de Hueck Doherty,

1896-1985) 여사는, 볼셰비키 혁명으로 모든 것을 잃고 캐나다로 망명했습니다.

그녀는 가난과 싸우며 살다가, 어느 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

‘너의 모든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가장 작은 자의 모습으로 살아라.’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그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그녀는 캐나다의 시골 마을 컴버미어(Combermere)에 ‘마돈나 하우스’라는 작은 집을 짓고,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그녀는 사람을 ‘뽑지’ 않았습니다.

그저 문을 두드리는 모든 사람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손님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알코올 중독자, 상처 입은 젊은이, 길 잃은 영혼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실패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생각으로 그들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들 안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보았고, 그들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녀의 순종은 기적을 낳았습니다.

그녀가 우연처럼 받아들였던 그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오늘날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거대한 ‘마돈나 하우스’ 공동체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제발 나를 믿지 맙시다.

나를 믿으면 주님을 믿지 않는 것이 됩니다.

주님께 신뢰를 두기 위해 선택의 상황 앞에서 기도합시다.

주님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모든 책임을 주님께 지웁시다.

그분의 생각은 나의 생각보다 넓고 깊고 강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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