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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3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13 조회수 : 101

복음: 루카 6,43-49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론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희 사제들에게 참으로 큰 기쁨이요 영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커다란 십자가요 부담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강론입니다.

이런 우리 사제들이 눈여겨봐야 할 분이 한 분 계십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분, 2천년 가톨릭교회 역사 안에서 최고의 명설교가로 손꼽히는 분이십니다. 

 

얼마나 강론을 잘했으면 별명이 붙었는데 입에서 금실이 줄줄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해서 금의 입, 금구였습니다.

정식 이름은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입니다. 

 

주교님께서 강론을 시작하면 강론이 자주 끊겼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강론에 너무 감동을 받아서 사람들이 울고불고, 박수를 치고 그래서 자주 강론이 중단되었답니다. 

 

주교님이 강론을 하고 계시면 사람들은 속으로 ‘대체 이 강론 언제쯤 끝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제발 좀 더 오래 강론하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답니다.

주교님 강론으로 인해 감동받은 수많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심오한 삶의 이동과 변화, 다시 말해서 회개가 이루어지기도 했답니다. 

 

요즘 세상, 참으로 강론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사람들의 넋을 ‘쏙’ 빼놓고 마는 갖은 첨단 매체들, 눈길을 ‘확’ 끌어당기는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로 넘쳐나는 이 시대, 강론대 앞에 서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집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론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많은 신자들이 열심히 사제의 강론을 경청할 뿐만 아니라 간절한 마음으로 강론을 기다립니다.

그뿐이 아니다.

강론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제들이 많습니다. 

 

강론은 사제가 성경이란 보고(寶庫) 안에 가득 찬 보물들을 꺼내 신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그냥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잘 세공(細工)해서 나눠줘야 합니다.

세공 작업이란 사제가 성경 말씀을 오늘 이 시대 구체적인 상황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일입니다.

재해석 된 성경 말씀이 신자들의 삶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강론의 역할인 것입니다. 

 

따라서 사제의 강론이 성경을 떠나서는 안 되며, 성경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제의 강론은 성경이 그러하듯이 오늘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구체적 삶의 현실과

깊은 연관을 맺어야 합니다. 

 

강론은 다른 무엇에 앞서 기쁜 소식을 알리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직접 찾아오셨다는 복된 메시지를 전하는 일입니다.

이토록 나약하고 허물투성이인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살리셨다는 이 놀라운 사실을 전하는 일입니다.

이런 면에서 강론은 사제가 신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론으로 인해 힘겨울 때마다 사제의 입을 통해 선포되는 한 마디 말씀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한 이웃을 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강론, 고상한 강론, 감동적인 A+의 강론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말씀이 말씀을 선포하는 강론이라면,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핵심진리를 빼놓지 않는 강론이라면,

방황하는 양떼를 향한 목자의 측은지심이 담긴 강론이라면 그 자체로 생명과 구원을 가져다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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