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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13 조회수 : 99

예전에 감기 몸살로 동네 병원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이 병원 대기실에는 많은 환자가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번호표를 뽑고 의자에 앉아 저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앞에 한참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어서 한참 동안 기다리겠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제 차례가 금방 왔습니다. 이 의사 선생님의 환자 보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어떤 환자를 향해 큰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파서 온 환자를 야단치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되어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는데, 또 하나의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의사 선생님의 책상 위에 커다란 성모상이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성모상은 좀 치우지.’


어느 신자분이 운전하면서 과속하고 교통법규도 잘 지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침 그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성물은 치워놓고 그렇게 운전해.”


주님께서는 불법을 지켜주시지 않습니다. 그보다 악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지켜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존재로 주님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차라리 성물을 치웠으면 합니다.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루카 6,43)라고 말씀하십니다. 참된 믿음과 올바른 마음을 지닌 사람은 자연스럽게 선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악한 마음으로 가득 찬 사람은 말과 행동으로 그 악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된 믿음과 올바른 마음으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좋은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참된 믿음과 올바른 마음보다 말로만 고백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주님, 주님!’하고 부르면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전혀 실천하지 않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삶의 실천 없이 말로만 주님의 자녀인 척하는 것입니다.


남들 보기에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무엇보다 주님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반석 위의 집처럼 튼튼한 기초로 어떤 시련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주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또 어떤 사랑의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삶의 안정과 구원을 원하는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좋은 나무, 반석 위에 지은 집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 안에서 좋은 열매를 기대할 수 없으며, 조금의 고통과 시련에도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깊이 성찰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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