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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5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9-14 조회수 : 110

고통의 성모 마리아

 

어제 우리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냈습니다. 본디 처참한 처형 도구였으나, 세상과 인류의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께서 못 박히시는 순간부터, 십자가는 악과 죽음이라는 모순을 제거하는 찬란한 빛의 원천으로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라나선 우리는 십자가를 악과 죽음을 이긴 사랑의 승리, 사랑의 표지임을 믿어 고백하는 신앙인들, 세상의 온갖 모순과 싸워나가는 신앙인들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한편 십자가를 삶의 고통을 대표하는 표징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먼저 고통이 없는 삶은 없다하는 진리 앞에 서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하고 말씀하셨을 때, 특정한 고통, 특별한 십자가를 가리키셨다기보다는, 고통이 늘 동반되는 삶 전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당신의 뒤를 따르라는 가르침이었음을 다시금 새깁니다. 그렇습니다, 고통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언뜻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들어가 보면 나름의 고통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가 행복해 보이는 것은 고통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고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날 고통의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천주 성자를 낳으셨기에 하느님의 어머님으로 공경받고 계신 성모님도 고통 앞에는 우리와 다름이 없으셨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이었지만, 아드님의 구원 사업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그 고통을 기꺼이 짊어지고 살아가신 분입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복음서의 내용에 따라, 성모님이 겪으신 고통 가운데 일곱 가지를 선정하여 성모칠고(聖母七苦)라 부르며 기념합니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을 예고한 시메온의 예언(루카 2,35), 이집트로 피신하심(마태 2,14),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을 잃으심(루카 2,48),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심(요한 19,17 참조), 십자가 아래서 예수님의 죽음을 지켜보심(요한 19,25), 십자가에서 내리신 예수님을 품에 안으심(요한 19,40 참조), 예수님을 무덤에 묻으심(요한 19,42) 등입니다.

성모님이 겪으신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묵상하면서, 우리는 성모님이 언제나 고통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를 지켜 주시리라는 희망을 품습니다.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는 모습까지 지켜보신 분입니다. 성모님은 아들의 손과 발에 못이 박히는 처참한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보셨고,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까지 십자가 아래에서 함께 고통스러워하신 분입니다. 이 같은 고통을 겪으셨기에, 우리가 겪는 어떤 고통에도 함께해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고통 앞에서, 당신의 따뜻한 사랑으로 이 고통의 삶을 잘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전구합시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로 세워주신 성모님은 우리의 전구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힘과 용기를 주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 아드님의 고통에 늘 함께하시며 아드님의 구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셨던 성모님을 기리며, 우리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허덕이는 이웃들을 살피고 기도하며 다가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보람 있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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