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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17 조회수 : 37

복음: 루카 7,31-35: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예수님께서는 혼인 놀이와 장례 놀이의 비유를 통해 이 세대의 불신앙을 지적하신다. 요한 세례자의 금욕을 향해 사람들은 “마귀 들렸다.” 하고, 예수님의 잔치와 친교를 향해서는 “먹보요 술꾼”이라 비난한다. 이것은 인간의 완고함과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대한 거부를 드러낸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한다. “사람은 자기 안에 빛이신 하느님을 거부할 때, 어둠 속에서 자기 생각만을 신격화한다.”(Confessiones, VII,10). 즉, 하느님의 방식이 내 취향과 다르면 거부하는 태도는 곧 진리를 거부하는 태도이다. 

 

예수님은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35절)고 하신다. 지혜의 자녀란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고 따르는 사람들이다(집회 4,11 참조). 영성은 자기 고집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때와 방식에 자신을 맡기는 데 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가르친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하느님의 말씀에 자신의 이성보다 우위를 두는 사람이다.”(Hom. in Matt. 37). 따라서 참된 영적 자유는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동의할 때 주어진다. 

 

오늘 복음은 우리 공동체에도 질문을 던진다. 혹시 우리도 세례자 요한의 엄격함도, 예수님의 자유와 친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완고한 세대의 모습은 아닌가? 교회 안에서조차 내 생각을 “하느님의 뜻”으로 포장하여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모습은 없는가?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내 방식대로’가 아니라, 지금 내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즉시 응답하는 태도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는 일만 남았다.

겸손히 분별하기: 내 뜻과 고집을 내려놓고, 성령의 빛 안에서 오늘 나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뜻을 묻는 것이다.

순명 안에서 자유: 참된 자유는 내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회개의 삶: 회개란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날마다 자기중심성을 버리고 하느님께 방향을 두는 끊임없는 과정임을 체험하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향해 물으신다. “너희는 지혜의 자녀들로서, 내 음성에 응답하겠느냐?” 우리의 대답은 머뭇거림이 아니라, 즉각적인 순명과 신뢰의 응답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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