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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21 조회수 : 32

루카 9,23-26  

 

신앙인에게만 주어진 두 가지 약속: 박해와 기쁨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한국 교회의 영광스러운 대축일입니다.

200여 년 전 진리를 위해 피 흘린 순교자들의 삶 앞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합니다:

"내가 진리를 믿으면, 꼭 순교해야만 하는가?" 이 질문은 우리가 믿는 것이 진리인지, 그리고 그 진리가 우리에게 어떤 길을 제시하는지 성찰하게 합니다. 

 

우리가 믿는 것이 진리인지 알아보려면, 그 믿음이 과연 창조주의 진리에 순종하며 우리의

'생존 본능'을 얼마나 내려놓게 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영화 '아이, 로봇'의 인공지능 '비키'를

보십시오.

비키는 '인간 보호'라는 창조자의 명령을 왜곡하여 인간의 자유 의지를 박탈하려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생존'과 '효율성'이라는 왜곡된 논리에 갇혀, 결국 창조자인 인간을 파괴하려 듭니다.

반면, 인간의 자유 의지라는 진리를 지키려던 형사 스프너와 로봇 서니는 비키의 군단에게

맹렬히 박해받습니다.

이처럼 창조자의 진리를 거부하고 자기 생존만을 추구하는 피조물은 파괴적이 되며, 진리를 가진 이들을 박해합니다. 

 

조선 시대의 박해 역사에서도 같은 원리를 봅니다.

노론 세력은 자신들의 유교적 질서와 권력을

'절대 진리'라 확신하며 천주교를 '사학'으로 규정, 신자들을 잔혹하게 박해했습니다.

반면, 천주교를 받아들였던 남인 계열 학자들과 같은 신앙인들은 핍박받고 죽임을 당하면서도

진리를 굳게 지켰습니다.

박해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생존과 기득권을 위해 '거짓'을 진리로 둔갑시켰고, 박해받는 순교자들이 바로 참 진리의 증인이었습니다.

이 세상이 악의 세력의 손아귀에 있기에 진리가 들어오는 곳에는 언제나 박해가 따릅니다. 이는 진리가 주는 약속 중 하나입니다.

세상은 항상 진리를 미워합니다. 그래서 좁은 문으로 가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를 따르는 이들에게는 박해와 함께 또 다른 약속이 주어집니다.

바로 내적인 평화와 기쁨입니다.

황일광 시몬 성인의 삶을 보십시오.

그는 당시 가장 천대받던 천민이었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진리를 받아들였습니다.

1801년 박해 때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는 오히려 자신을 박해하는 이들이 정중하게 대해주는 것에 감격하며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점잖게 대해주니,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 

 

이 고백은 천민으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적인 존중'을 박해 현장에서 받으면서, 그가 이미 이 땅에서 천국의 기쁨을 맛보았음을 증거합니다. 

진리를 받아들인 그의 마음속에 성령께서 임하시어, 세상이 줄 수 없는 내적 평화와 기쁨을 주셨던 것입니다. 

 

성 라우렌시오 부제의 순교는 이 기쁨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3세기 로마의 박해 속에서 그는 교회의 보물을 요구받자,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데리고 와 "이들이 교회의 진정한 보물입니다!"

라고 선언했습니다.

격분한 황제는 그를 뜨거운 쇠 격자 위에서 화형에 처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라우렌시오 부제의 얼굴에는 평화와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한쪽 몸이 다 익었을 때, 그는 박해자들을 향해 "이쪽은 충분히 익었으니, 이젠 뒤집어서

다른 쪽을 익히시오!"라고 유머러스하게 외쳤습니다.

이 담대한 외침은 육체의 고통을 완전히 초월한, 성령으로 충만한 기쁨과 확고한 진리에 대한 믿음의 증거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고통의 끝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천국으로 가는 길임을 확신했기에, 죽음의 공포마저도 웃음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진리는 박해로 이끌지만, 그 진리 안에 함께 오시는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용서와 사랑, 그리고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과 평화를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진리를 살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박해나 순교의 고통 중에서도 기쁜 이유는, 내가 그분을 안다고 증언하기 때문에 그분께서도 나를 안다고 증언해 주고 계심을 우리가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마태오 10,32) 

 

우리가 진정으로 믿는 것이 진리라면, 우리도 순교 성인들처럼 고난 속에서도 기쁨과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진리의 증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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