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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23 조회수 : 140

루카 8,19-21 

 

애정이 감옥 탈출법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혹시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모든 것을 대신해주고 간섭하는 부모를 말합니다.

최근,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간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어머니에게 소리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요! 이제 숨 막혀서 못 살겠어요. 제 인생을 돌려주세요!”

아들을 사랑한 나머지, 그의 모든 걸음을 통제했던 어머니의 애정은 결국 아들에게 숨 막히는 감옥이 되었고, 아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부모의 지나친 애정이 자녀를 망치듯, 방향을 잃은 애정은 우리의 영혼을 망가뜨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온 어머니와 형제들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들이다.” (루카 8,21)

이 말씀은 혈연의 애정을 넘어, 하느님 안에서의 더 큰 사랑과 질서를 가르쳐주십니다.

오늘은 애정이 어떻게 우리를 파멸시키는지, 그리고 어떻게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

묵상해봅시다. 

 

구약의 영웅 삼손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는 하느님께로부터 엄청난 힘을 받은 나지르인이었지만, 데릴라라는 여인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에 사로잡힙니다.

데릴라의 집요한 유혹에 넘어간 그는 결국 힘의

비밀인 머리카락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그 순간, 삼손은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두 눈이 뽑히고 맷돌을 돌리는 노예로 전락한 그의 마지막은 비참했습니다.

그는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데릴라에 대한 애정’이라는 끈에 묶여 영적으로는 가장 무력한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반면, 하느님의 더 큰 사랑을 선택한 이들은 세상의 애정을 끊어내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방인 아내와 자녀들을 사랑했지만, 하느님 공동체의

순수성을 지키라는 에즈라 예언자의 말에 순종했습니다.

그들은 눈물을 머금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지만, 하느님과의 계약이라는 더 큰 사랑을 지켜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을 극진히 사랑했지만, 프란치스코는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는 주님의 부르심을 따랐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재산은 물론, 입고 있던 옷까지 모두 벗어 돌려주며 선언했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만을 아버지라 부르겠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아버지와의 애정이라는 끈을 끊어내고 하느님이라는 더 큰 사랑을 선택했기에,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자유와 평화를 얻고 위대한 성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세상의 작은 애정 때문에 주님께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 하느님이라는 영원하고 더 큰 사랑을 온전히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의 명령이지만, 그 애정이 우리를 휘둘러 주님께 대한 의무를 저버리게 한다면, 우리는 삼손과 같은 비극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평생을 외딴 오지에서 선교사로 살다 선종한 한 노 사제가 임종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고백했다고 합니다.

“내 평생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작은 애정을 포기할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영혼을 사랑할 수 있는 더 큰 사랑을 부어주셨습니다.

저는 그 사랑 안에서 가장 완전한 자유와 행복을 누렸습니다.” 

 

우리도 이 노 사제처럼, 세상의 작은 애정에 묶여 머무는 대신 더 큰 사랑이신 주님을 선택하는

용기를 냅시다.

그리하여 하느님 안에서 가장 완전한 자유와 기쁨을 누리는 주님의 참된 가족이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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