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루카 복음저자
오늘 우리는, 다른 복음 저자들처럼,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으로,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한 복음 저자 루카를 기념합니다. 각자의 소명과 능력에 따라, 주님의 기쁜 소식을 말과 행동으로 전할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어떠한 모습 또는 방법으로 이 사명을 수행해나가야 할지, 오늘 복음 말씀과 함께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첫째, 준비 작업은 기도입니다. “청하여라.” 하는 기도입니다.
복음 선포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기도가 앞서야 한다는 대원칙 천명입니다. 기도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우리 신앙인들의 현실입니다. 누구에게 무엇인가를 청한다는 것은, 청할 만큼 나는 부족한 존재이며, 이 청을 들어주실 만큼 능력이 있는 분에 대한 고백, 나아가 신앙고백이 될 것입니다. 다른 것에는 부족함이 있어도, 기도만큼은 철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편 ‘추수할 일꾼’을 청하라 하셨는데, 이때의 일꾼은 나 또는 우리와 함께 일할 일꾼일 것입니다. 어떤 일꾼이면 좋겠습니까? 어떤 일꾼이 함께 일하기 편한 일꾼이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일꾼을 기대하기에 앞서, 내가 바로, 내가 바라는 그런 일꾼, 내가 함께 일하기 편한 그런 일꾼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앞서야 할 것입니다.
둘째, 기도와 함께 우리가 늘 가슴에 담고 있어야 할 덕목은 겸손입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난 이래, 지금까지 부족하지만, 정성껏 주님의 말씀을 뿌리고, 잡초를 제거하고, 병충해 방지를 위해 애쓰고 등등 일해오면서, 그래도 추수의 기쁨만큼은 주님께 드려야지 생각해 왔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그저 추수할 일꾼을 필요로 하신답니다. 땀 흘려 일해왔다 생각했는데, 그것은 겨우 추수의 기쁨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주님이 다 차려놓으신 잔치상에서, 기쁨만 누리면 된다는 의식의 전환입니다. 그러니 겸손의 몸짓, 감사의 마음으로 화답할 일만 남아 있는 우리들입니다.
끝으로, 형제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일, 그것이 바로 겸손한 모습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길입니다.
평화, 샬롬하면, 하나의 인사말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평화가 되돌아온다는 가르침을 보면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게 분명합니다. 사실 유다인들은 행복이라는 단어가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흔히 평화라는 단어로 행복을 표현하기 일쑤였습니다. 성경에서 평화는 이처럼 남을 행복하게, 남을 편하게 해주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오늘 예수님은 ‘그 평화가 되돌아온다’ 하는 말씀으로, 행복을 전하면서 우리 자신 행복해질 것이며, 남을 편하게 해주면서 우리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삶이 될 것임을 예고하십니다. 바로 거기에 구원이 있고, 바로 거기에서 하느님 나라가 건설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오늘 루카 복음저자 축일을 맞이해서, 우리 모두 기도에 더욱 정성을 다하고,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는 가운데, 서로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사람,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이를 실천에 옮기는, 복된 하루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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