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3,1-9: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인생의 본질을 묻습니다. “나는 과연 열매를 맺고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며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지만,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열매를 맺는 삶이다. 열매 없는 나무는 결국 잘려 나가듯, 회개 없는 신앙은 죽은 나무와 다름없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에게 희생당한 갈릴래아 사람들의 불행을 언급하시며, 그것이 그들의 특별한 죄 때문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3절)라고 단호하게 경고하신다.
이어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해, 회개에 따른 열매 맺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신다. 무화과나무는 이미 3년 동안 열매를 맺지 못했으니, 주인의 심판을 받을 상황이지만, 포도원 관리인은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8절)라고 간청한다. 이 모습은 아버지 앞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 중재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기회가 영원히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은총의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성 암브로시오는 이렇게 말한다: “무화과나무는 우리 자신이며, 열매는 회개와 선행이다. 주인은 하느님 아버지요, 중재자는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중재를 헛되이 하면 우리는 결국 잘려 나갈 것이다.”(Expositio Evangelii secundum Lucam, VII, 186)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도 설교에서 권고한다: “하느님께서 오래 참으시는 것은 우리를 버리려 하심이 아니라, 회개할 시간을 주시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인내를 방탕과 게으름으로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Homilia in Matthaeum, 43, 2) 교리서도 “회개는 인간의 전 존재, 곧 마음과 행위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열매를 맺어야 하며, 정의와 사랑과 거룩함 안에서 나타나야 한다.”(1431항 참조)고 한다.
우리 삶은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무화과나무와 같다. 주님은 여전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하시며 우리에게 기회를 주신다. 그러나 그 기회를 영원히 미루며 살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회개할 때이고, 사랑의 열매를 맺을 때이다. 작은 기도, 작은 선행, 작은 용서가 바로 무화과나무의 첫 열매이다. 우리가 그 작은 열매를 맺을 때, 주님께서는 더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실 것이다.
주님은 우리를 심판하기 위해 기다리시는 것이 아니라, 열매 맺기를 기다리시는 인내의 하느님이시다. 그러나 기회는 영원히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 지금, 이 순간 회개와 사랑의 열매를 맺는다면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운 수확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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