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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27 조회수 : 46

복음: 루카 13,10-17: 안식일의 치유로 인한 논쟁 

 

오늘 복음은 18년 동안 굽어 있던 여인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전한다. 주님께서 하신 이 치유는 단순한 육체의 회복을 넘어, 인간을 속박에서 해방시키시는 하느님의 구원 활동을 보여 준다. 그러나 회당장은 안식일 규정만 붙잡고 예수님을 비난한다. 이 장면은 신앙의 본질과 껍데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청한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드러내신다. 짐승도 안식일에 먹을 것을 주면서, 아브라함의 딸을 해방시키는 것이 왜 잘못이냐고 반문하신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안식일의 참된 의미이다. 안식일은 억압이 아니라 생명과 자비, 자유와 회복의 날이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12절) 하시고, 손을 얹으셨다. 곧 여인은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게 되었다. 여인의 굽은 모습은 단지 육체의 질병이 아니라, 세상에 묶여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는 영혼의 상태를 상징한다. 인간은 세속적인 것에 사로잡힐 때, 굽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과 은총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 하느님을 바라보고 찬미하도록 이끌어 준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안식일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한다: “안식일은 단순히 노동을 쉬는 날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안식을 누리며 사랑을 실천하는 날이다. 사랑 없는 안식일은 텅 빈 휴식일에 불과하다.”(Sermo 25,7) 또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주님의 치유 행위를 이렇게 해석한다: “주님은 안식일에 여인을 치유하시며, 율법의 정신이 사람을 위한 것임을 보여 주셨다. 안식일은 인간을 억누르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으로 들어가게 하려는 하느님의 배려이다.”(Homiliae in Matthaeum 40) 즉, 안식일의 참된 정신은 자비이며, 그 자비가 율법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우리도 때로는 회당장처럼 형식에 매여 본질을 잃을 위험이 있다. 기도와 전례, 규범을 지키면서도 정작 자비와 사랑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주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18년 동안 굽어 있던 여인처럼 우리 안에도 하늘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무거운 짐과 집착이 있다. 주님의 말씀과 성령의 은총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길 때, 우리 역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세워 주시는 은총을 믿고, 형식보다는 사랑을, 규정보다는 자비를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자. 그럴 때 우리는 진정 안식일의 의미를 살며,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증인이 될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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