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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7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11-06 조회수 : 155

대담함과 영리함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예수님은 때로는 바리사이들에게, 때로는 군중에게, 때로는 당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나, 오늘은 제자들을 대상으로 하시며, 주님의 집사로서 짊어져야 할 책무에 관한 가르침을 전해주십니다.

 

복음에 등장하는 집사는 자기의 세상이 갑자기 마감되어감을 직감합니다. 판결의 날이 다가와, 지위와 명성을 모두 상실할 위기와 함께 물질적인 생존이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사 일을 그만둘 때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주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기에 처한 집사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생존을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빠르게 그리고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그리고서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 둘을 불러 채무의 일부를 탕감해주고서는, 훗날 그 혜택을 보고자 합니다. 집사의 약삭빠른 행동을 보고서,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비유 이야기의 집사는 처음부터 불의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자 주인이 들은 소문,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가 보인 행동, 결코 의롭다고 말할 수 없는 행동 역시 이 소문이 소문이 아니라 사실임을 밝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주인이 칭찬하는 대상은 집사의 이 교활하고 오만한 행동이 아니라, 시대의 징표를 읽고 대처할 줄 아는 지혜와 능력일 것입니다. 지금 집사는 마지막 시점, 주인이 셈을 요구할 시간 앞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비유 이야기를 통해서, 예수님은 앞날을 보장하기 위해 남아 있는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집사의 대담함을 강조하십니다. 집사처럼 제자들은 주님이 다시 오실 것이며 셈을 요구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늘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제자들은 주님이 몸소 자신들의 잘못을 탕감해주실 수 있도록, 자신들에게 빚진 사람들만큼은 탕감해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웁니다. 이때 채무자들이 하느님께 빚을 진 사람들이라면, 이웃 형제들을 위해 그 빚을 탕감해주시도록 하느님께 간청하는 마음도 늘 지니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일에서 자기의 물질적 미래를 보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영리함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정이 아니라 하늘 사정일 때는 문제가 전혀 다릅니다. 빛의 자녀들, 곧 빛이신 예수님을 믿고 빛의 나라가 오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구원 문제에서 영리함을 구사할 기회와 공간을 찾지 않습니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세상의 자녀들이 자랑하는 세상 사정에서의 영리함을 본받아,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하늘 사정에 관한 행동을 보이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소 예외적인 비유 말씀을 통하여, 어떤 자세로 주어진 책무에 임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십니다. 무엇보다 먼저 책무 수행을 마지막 때를 맞이하는 자세로 임하고, 세상 사정에서의 영리함을 잘 활용하여 하늘 사정을 희망하고 관리하는 데 적용할 것을 촉구하십니다.

오늘 하루, 가정이나 사회나 신앙생활에서 내게 주어진 일들에 성실함을 보이는 가운데, 내가 세상 사정에서 발휘하는 대담함과 영리함을 주님이 원하시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일조하는 제자로서의 삶에 부족함이 없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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