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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8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11-27 조회수 : 166

사라지지 않는 말씀


오늘 말씀은 어제의 예루살렘의 멸망에 관한 묘사를 바로 뒤따르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여기서 도성의 파괴를 우주적 재앙으로 묘사하는 유다교의 묵시묵학적 어법을 활용하십니다. 이러한 유형의 어법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복음저자 루카는 종말에 대한 무엇인가를 더 말하기보다는,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예루살렘의 멸망을 하느님 나라 도래 과정의 결정적인 단계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서, 성전의 파괴와 함께, 교회의 시기가 시작되었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이 교회의 시기는 다른 무엇이 대체할 수 없는 시기이며, 새롭고 영원한 계약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나무의 잎을 예로 드시며,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하는 말씀으로 종말의 시기를 스스로 완전하게 깨닫게 될 것임을 일러주십니다. 이 말씀은, 종말에 관한 이 마지막 현상들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펼쳐질지를 알아보는 일보다는, 언젠가는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 늘 의식하고 살아갈 것을 권고하시는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바로 이 말씀입니다. 우리가 늘 가슴에 담고 있어야 할 것은 인간의 유한성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면, 이 세상 어디에나 이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허공을 향해 영원히 말한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말씀을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종말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나, 이 세상의 종말을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영원에 관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종말의 시간을 넘어 비로소 하느님의 나라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솟아날 희망에 관한 말씀입니다. 훗날, 복음저자 요한이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죽은 이들이 하느님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렇게 들은 이들이 살아날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요한 5,25) 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할 때도, 종말을 하느님의 나라라는 희망을 향한 결정적인 단계로 확언하고자 하는 의도가 돋보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당대 유다교의 묵시문학적인 사조를 바탕으로 예루살렘의 멸망을 새로운 시기, 곧 제자들에게 맡겨질 교회의 시기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일러주십니다. 넘어가는 과정은 물론 그 시기에 접어들어서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들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나, 포기하지 않고 이를 하나씩 하나씩 극복해 나가면서 하느님의 나라 건설에 동참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또 다른 또는 예기치 못한 어려운 상황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말씀을 지니신 예수님이 세우시는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일조하는 과정임을 가슴에 새기며, 힘차게 걸어가는 신앙인의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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