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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28 조회수 : 181

루카 21,29-33 
 
종말의 법칙: 제단이 무너지면, 단두대가 선다 
 
 
1793년 11월 10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혁명군들이 난입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름 아닌 '제단을 박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부서진 제대 위에 흙을 쌓아 인공적인 산을 만들고, 그 꼭대기에 그리스도 대신 오페라 여가수를 앉혀 '이성의 여신'이라 칭송했습니다. 그날 그들은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이 되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미신'이라 조롱하며, "이제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신이 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그들이 꿈꾸던 낙원이 도래했을까요? 정반대였습니다.
하느님의 피가 사라진 파리 거리에는 인간의 피가 강물처럼 흘렀고, 제대가 무너진 바로 그 자리에
**'단두대'**가 섰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생명을 받아먹지 않고 스스로 신이 되려 했을 때, 인간은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죽이는 짐승으로 전락했습니다.
제대가 무너진 곳에는 반드시 단두대가 섭니다. 이것이 역사의 법칙이자 종말의 법칙입니다. 
 
제단이 무너지면 왜 세상은 지옥이 될까요? 가톨릭 교리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우리가 하느님이 되게 하시려는 것"(CCC 460)이라고 가르칩니다.
제단은 인간이 자신의 부족함을 봉헌하고 하느님의 생명을 받아 신적인 존재로 변화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처럼 이 제단을 거부하고 스스로 왕이 되려 할 때, 인간은 탐욕과 지배욕의 노예가 되어 타인을 심판하고 죽이게 됩니다.
에덴동산에서 제단이 무너지자 곧바로 카인이 아벨을 죽인 비극이 일어난 것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잎만 무성하고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해 멸망을 경고하십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겉모습은 화려했으나, 인간이 하느님으로 변화되는 거룩함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참된 제단이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십자가라는 단두대로 내몰았을 때, 결국 예루살렘은 돌 하나 남지 않고 처참하게 파괴되었습니다. 
 
이러한 비극은 현대에도 반복됩니다.
미국의 수정 교회(Crystal Cathedral)는 전면이 유리로 된 화려한 건축물과 '긍정의 힘'이라는 설교로 수만 명을 모았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십자가와 죄, 고통을 설교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잎은 무성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없는 영광, 성체성사의 깊이가 없는 긍정의 힘은 시련이 닥치자 모래성처럼 무너졌습니다.
영적 능력을 상실한 교회는 결국 파산했고 건물은 매각되었습니다.
제단을 포기하고 인간적인 위로만 찾는 종교의 끝은 공허한 멸망뿐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카 18,8).
마지막 때가 되면 세상은 더욱더 성체성사의 신비를 조롱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제단 앞에 무릎 꿇는 대신, 돈과 권력이라는 단두대 위에서 서로를 죽이며 스스로 왕이 되려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이 거룩한 미사의 제단을 사수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해져도, 우리가 이 제단을 지키고 그분의 살과 피 안에 머무르는 한, 세상의 어떤 단두대도 우리를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제단이 되어주십시오.
그것이 종말을 사는 우리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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