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2월 2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02 조회수 : 78

복음: 루카 10,21-24: 예수께서 성령을 받아 기쁨에 넘치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전도 활동의 성과를 들으시고, 성령 안에서 기뻐하시며 아버지께 찬미를 드리신다. 그 기도의 핵심은 이것이다. “아버지,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21절) 
 
하느님은 세상의 지혜로운 이들에게는 감추어져 있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드러나신다. 성 이레네오는 이를 “하느님의 영광은 인간 안에서 드러나는 생명이며,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을 보는 것”(Adversus Haereses IV,20,7)이라고 표현했다. 곧 하느님은 인간의 교만한 눈에는 감추어지지만,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에는 드러나신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철부지들에게 드러내셨다.”는 말씀을 주석하며, “철부지들이란 단순히 배우지 못한 자들이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겸손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들이다. 그들의 순수함이 계시의 문을 연다.”(Homilia 38,3) 말했다. 
 
예수님은 이어서 “아버지와 아들만이 서로를 안다.”(22절 참조) 말씀하신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구절을 설명하며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지식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사랑으로 인한 친밀한 일치이다. 그리고 그 친교 안에 성령께서 사랑의 끈으로 계신다.”(De Trinitate, I,4,7)라고 풀이한다. 따라서 우리가 아버지를 아는 길은 오직 아들을 통하여, 그리고 성령 안에서만 열린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너희가 보는 눈은 행복하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들이 보고자 하였으나 보지 못하였다.”(23-24절 참조) 선언하신다. 성 치프리아노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옛 계약의 예언자들은 오실 분을 희망 속에서만 보았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으니 복된 자들이다.”( 63,2)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이 구절을 해석하며, 구약의 모든 예언과 기다림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음을 보여 준다. 계시 헌장도 “예언자들과 율법은 모두 그리스도를 지향하며, 그분 안에서 완성된다.”(15항)라고 가르친다. 
 
대림 시기를 사는 우리에게 이 복음은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첫째, 겸손과 단순함의 태도를 회복하라는 초대이다. 하느님은 학문적 논리보다 겸손한 마음에 당신을 드러내신다. 성 아타나시우스가 말했듯, “하느님을 알기 위한 가장 큰 지혜는 겸손히 무릎 꿇는 것이다.”(De Incarnatione Verbi Dei, 56) 둘째, 은총의 행복을 자각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성사와 말씀 안에서 그리스도를 실제로 보고 듣는 은총을 받았다. 이는 과거 제자들의 특권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우리의 눈은 복되고, 우리의 귀는 행복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말씀과 성사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를 계시하시는 아들, 그리스도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으로 그분을 받아들이고, 받은 은총을 삶의 제물로 드리는 일이다(로마 12,1).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