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증인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이 남긴 명언 가운데 ‘슬픈 성인은 거룩하게 슬픈 사람일 뿐이다’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의 격언으로 자리한 이 말씀은 사실 복음이 말하는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음서의 여러 곳에서, 예수님은 뿌리 깊은 기쁨 속에 살며, 당신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증인이 될 것을 권유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당신 제자들에게 맡기신 메시지는 슬프거나 불행한 메시지가 아닙니다.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사명, 표징을 동반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부여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 표징들은 슬픔에 대한 기쁨의 승리,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 죄에 대한 하느님 자비의 승리를 가르킵니다: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제자들의 기쁨은 물리적인 단순한 차원을 뛰어넘는 기쁨입니다. 이 기쁨은 하느님의 사랑을 만나고 체험하는데 뿌리를 두고 있는 참 기쁨입니다.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강렬하게 의식하며, 성령의 이끄심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오래 슬픔 속에 머물 수 없을 것입니다. 자기의 삶을 하나하나 새겨나가는 힘든 여정의 한가운데서도, 이 사람은 이 힘든 여정을 앞서서 그리고 대신 헤쳐 나가시는 분을 늘 바라보며 그 뒤를 따라가고자 힘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기쁨이라 하더라도, 이 기쁨 속에 잠재우고자 애쓰는 슬픔으로 슬픈 이 세상에 살면서도, 제자들은 무한한 사랑을 기초로 한 기쁨 소식을 전하는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제자들의 뒤를 이어 우리는, 사적으로 또는 공동체적으로, 생명과 희망의 표징들을 싹틔울 사명 앞에 섭니다. 모두 다 함께 또는 개별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아직도 존재하는 악의 세력들을 어떻게 쫓아내야 하는지, 이 세력의 종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유의 맛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지, 더는 예수님을 생명의 주님, 축제의 주님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리거나 마다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해야 하는지를 고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구원에 협력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먼저 주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구원받을 사람이라는 희망과 신념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변모시킬 수 있는 기쁜 소식의 선포자이며 전달자입니다. 신앙의 새로운 한 해에 접어들어, 더욱 열정적인 기도와 온전한 사랑 실천으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힘차게 선포하는 신앙인의 삶을 되새기고 다짐하는, 값진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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