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 1,18-24: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경위
1. 성령으로 잉태된 구원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하였다.”(18절)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단순한 자연의 질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다. 나지안즈의 성 그레고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동정녀의 태중에서 태어나신 것은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창조하기 위함이었다.”(Oratio 38,13) 그리스도의 성령 잉태는 우리의 새로운 탄생, 곧 세례를 통한 하느님의 자녀됨을 예표한다(요한 3,5). 마리아가 교회의 어머니이신 것은, 교회도 성령으로 새로운 자녀를 낳기 때문이다.
2. 의로운 요셉
요셉은 율법을 지키는 의인이었지만, 동시에 자비의 사람으로서 마리아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19절).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를 해석하며 말한다. “요셉은 율법을 넘어선 사랑을 택했다. 그는 마리아를 고발하지 않음으로써 율법의 문자보다 하느님의 뜻을 더 깊이 이해했다.”(In Matthaeum Hom. 4,3) 천사는 요셉에게 두려움을 버리고, 하느님의 계획에 자신을 맡기라고 요청한다. 여기서 요셉은 믿음 안에서 율법의 의로움에서 복음의 순종으로 나아간다.
3. 예수: 구원자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21절) 예수(히브리어 예호수아)라는 이름은 곧 “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그 이름이 곧 그분의 사명이다. 구세주께서 오신 목적은 다른 것이 아니라, 죄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었다.”(Sermo 18,2) 구원은 단순히 정치적 해방이나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죄와 죽음의 권세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4.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
마태오는 이 모든 일이 이사야의 예언을 성취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보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23절). 성 이레네오는 이를 묵상하며 말한다. “임마누엘, 곧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으로, 인간은 다시 하느님과의 친교를 얻게 되었다.”(Adversus Haereses III,20,2)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은 더 이상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걸어가시는 하느님이 되셨다.
5. 요셉의 순종과 우리의 응답
“요셉은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님의 천사가 명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24절) 요셉은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구원의 역사에 협력하는 의인이 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 헌장은 이렇게 가르친다. “요셉은 주님의 계획을 온전히 받아들여, 구세주의 양부이자 성모의 보호자로서 구원의 신비 안에 참여하였다.” (56항) 우리 역시 요셉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순종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임마누엘,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새롭게 상기시켜 준다. 마리아는 성령의 순종을 통해 교회의 어머니가 되었고, 요셉은 의로운 순종을 통해 구원의 역사에 협력했으며,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자, 죄에서 구원하시는 참 구세주이십니다.
대림 시기의 우리는 이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여, 주님께서 오실 자리를 순종과 신뢰로 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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