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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30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30 조회수 : 41

복음: 루가 2,36-40: 한나라는 과부의 기쁨 
 
1. 슬픔을 신앙으로 승화한 안나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이어 성전에서 구세주를 알아본 한나 예언자를 전해 준다. 복음은 그녀가 어린 시절 결혼하여 7년을 살고 과부가 된 뒤, 84세가 되도록 성전에서 봉사와 기도로 살았다고 전한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녀의 삶은 상실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상실을 하느님을 향한 전적 봉헌으로 바꾸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과부의 삶을 묵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과부의 고통은 세속의 위안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그들의 희망은 오직 하느님 안에서만 충만해진다.”(Sermo 88,3) 한나는 세상의 위로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참된 위로를 발견했기에, 자신의 삶 전체를 주님의 성전 안에서 봉헌할 수 있었다. 
 
2. 성전에서 드러난 구세주의 빛
한나는 시메온과 함께, 아기 예수님 안에서 구세주의 도래를 알아본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가 한 것은 단지 개인적인 기쁨이 아니었다. 복음은 분명히 말한다. “그녀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38절) 즉, 한나는 받은 은총을 홀로 간직하지 않고 증언의 사명으로 나아갔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점을 강조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한 이는 반드시 다른 이에게 전한다. 증언은 은총의 자연스러운 열매다.”(Homiliae in Matthaeum 33,4)라고 한다. 우리도 신앙의 기쁨을 나만의 체험으로 닫아 두지 않고, 다른 이들과 나누는 증거자가 되어야 한다. 
 
3. 과부 한나와 교회의 모습
전통적으로 교부들은 한나를 교회의 표상으로 보아 왔다. 왜냐하면 교회는 세상의 위안에 매이지 않고, 주님을 기다리며 기도와 봉사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성 예로니모는 이렇게 말한다. “한나는 늙었으나 마음은 젊었고, 눈은 쇠하였으나 믿음의 눈은 밝았다. 그녀는 교회의 모상으로서, 성령 안에서 언제나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였다.”(Commentarius in Lucam II,2,36-37) 안나의 긴 기다림은 교회가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자세와 같다. 그 기다림 속에서 기도와 봉헌으로 주님을 맞이하는 것이다. 
 
4. 우리 삶의 적용
한나의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신앙의 지침을 준다. 첫째, 상실의 순간에도 하느님께 시선을 고정할 것. 인간적인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신앙 안에서 승화할 때 새로운 의미와 열매가 태어난다. 둘째, 기도와 봉헌의 삶을 꾸준히 이어갈 것. 신앙은 특별한 순간만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충실함 속에서 다져진다. 셋째, 증언하는 신앙인이 될 것. 한나는 받은 은총을 나누었듯, 우리도 신앙의 기쁨을 세상 속에서 전해야 한다. 
 
맺음말
한나 예언자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노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교회의 길, 곧 기다림과 봉헌, 증언의 길을 보여준다. 우리도 삶의 고통과 상실 속에서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그분의 구원을 증언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겠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한나처럼 기쁨 안에서 구세주를 알아보고, 다른 이들에게 그분을 증거하는 참된 제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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