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5절) 예수님의 첫 말씀은 단순한 초대가 아니라, 구원의 결정적인 시간이 이미 도래했음을 선포하시는 것이다. 이제 하느님의 나라가 문을 열었고, 모든 이는 회개와 믿음으로, 이 나라 안으로 들어오도록 부름을 받는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평범한 어부들을 부르신다. 시몬과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은 사회적으로 뛰어난 지위나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님은 세상의 지혜와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으로 당신의 나라 세우기를 원하셨다. 성 바오로 사도가 말하듯이,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하셨습니다.”(1코린 1,27).
예수님은 그들을 “사람을 낚는 어부”(17절)로 부르셨다. 이제 그들의 삶은 단순히 생계 수단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구원으로 이끄는 사도로 변화되었다. 그 부르심 앞에서 제자들은 즉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18절)고 복음은 증언한다. 회개와 믿음은 단순한 마음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방향 전환, 곧 과거의 집착과 안락함을 버리고 새로운 길로 나서는 결단을 뜻한다.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와 배까지 버리고”(20절) 따랐다. 이는 단순히 가족을 버렸다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모든 관계가 새롭게 정립된다는 의미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주님을 따르는 이는 세상에서 잃는 것을 통하여 오히려 더 큰 것을 얻는다. 그는 땅의 아버지를 떠나 하늘의 아버지를 만나며, 작은 그물을 버리고 온 세상을 끌어올릴 그물을 받는다.”(Serm. 100)
사도의 소명은 단지 과거를 버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그 안에 당신의 말씀과 능력을 불어넣으시고, 평범한 이들을 복음의 증거자로 변화시키신다. 그러므로 참된 제자가 되려면, 나를 얽매는 집착과 불필요한 애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태오가 세리의 자리를 버리고, 바오로가 율법 학자의 열심을 버렸듯이, 우리도 주님을 위해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주님께서 부르실 때, 그물을 버리고 곧장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직 붙들고 있는 집착은 무엇인가? 주님을 더 가까이 따르기 위해 나는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제자의 길은 버림과 따름의 길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세상의 것을 잃는 길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되찾는 길이다. 주님의 부르심 앞에서 “곧바로” 응답했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지체하지 않고 그분을 따르는 믿음의 용기를 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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