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할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한 며칠 육지로부터 꽤 떨어진 섬에서 전문직 어부들과 지낸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조업을 나가기 위해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짙은 안개가 잔뜩 껴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날 출항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조금만 지나면 안개가 걷히겠지, 했었는데, 웬걸, 하루 온 종일 그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선장님은 “오늘은 종 쳤네!”하시면서 저보고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배 한 쪽 구석 작은 공간에는 싱싱한 생선이 퍼덕이고 있었습니다.
큰 녀석으로 몇 마리 골라서 회를 떴습니다.
불도 피워서 소금을 뿌려가며 생선을 구웠습니다.
분위기가 갑자기 화기애애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있지요.
됫병들이 소주를 배 밑에서 꺼내오셨습니다.
그날 저는 하루 온 종일 취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했었습니다.
거기 계셨던 어부들의 주량은 상상을 초월했었는데, 그래서인지 다들 코끝이 빨갰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는 첫 제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몬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야고보의 그의 동생 요한. 이 넷은 갈릴래아 호숫가 한 동네에서 고기를 잡으며 먹고 살아가던 어부들이었습니다.
당대 이스라엘에서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의 대명사였던 갈릴래아 지방, 그곳 출신이면서, 당시 지식인층이었던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도 아닌 어부 출신의 네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최측근 제자들, 당신 왕국의 가장 중요한 내각 구성 인물로 갈릴래아 출신 어부들을 선택하신 예수님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가난한 사람들, 약자들, 소외된 사람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더 눈여겨 볼 일이 있습니다.
그저 고기 잡은 일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었던 네 사람이었습니다.
그들 삶의 폭은 너무나 좁았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작은 실개천에 놀던 이런 어부들을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이 큰 바다로 안내하십니다.
더 큰 가치관, 더 의미 있는 삶의 양식에로 그들을 인도하십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나약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죄 많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보잘것없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떵떵거리며 살 이유가 없습니다.
어깨 힘들어 갈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보잘것없는 사람임을 솔직히 인정하게 될 때 신기하게도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아님을 진실하게 고백할 때 주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십니다.
우리가 별볼일 없는 사람임을 자각할 때 주님께서 우리 이름을 불러주십니다.
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재미있는 일은 하느님께서 완벽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 전지전능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련하기에, 우리가 안쓰럽기에, 우리가 죽어가기에, 우리의 결핍으로 인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를 끌어 안아 주십니다.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 어떤 질문도 없이 그저 무상으로 우리를 당신 가까이 초대하십니다.
우리 역시 아무런 조건 없이, 그 어떤 질문도 없이 그저 감사하면서, 그저 행복해하면서 하느님의 초대에 성실히 응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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