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4,21-25: 등불은 등경 위에 둔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21절). 등불은 세상을 밝히기 위해 존재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마태 5,14)고 하셨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한가운데서 빛을 비추도록 부름을 받았다.
빛은 그 본성상 드러나고 퍼져나간다. 숨겨진다면 빛이 아니라, 어둠과 다르지 않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하느님의 말씀은 등불이며, 그 말씀을 받아들인 이는 그 자체로 빛나는 등불이 된다.”(Enarrationes in Psalmos 118,105)고 하였다. 그리스도께서 주신 말씀을 품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세상에 빛을 전하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또한 우리가 빛을 비추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신다. “사람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우리의 선행은 단순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빛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구절을 해설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이 숨겨지면 그것은 이미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빛처럼 자연히 드러나야 하고, 드러남으로써 다른 이를 살린다.”(Hom. in Matth. 15,6)라고 가르친다. 또한 성 이레네오는 “하느님의 영광은 살아 있는 인간이고,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의 빛을 보는 것이다”(Adversus Haereses IV,20,7)라고 말한다. 빛을 감춘다는 것은 곧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잃는 것과 같다. 빛과 선행, 말씀의 열매는 감출 수 없는 성격을 지니며, 나눌 때 더 커진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24절). 말씀은 우리 안에서만 머물 수 없다. 말씀은 나누고 실천할 때 더욱 깊이 이해되고 풍성해진다. 우리는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 때 그리스도 자신께 드리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 바실리오는 “가난한 이의 옷을 덮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네 옷장이 아니라, 가난한 이에게서 훔친 것이다.” (Homilia in Lucam 12,18)라고 하였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하느님께 받은 선물이므로, 나눔은 곧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행위일 것이다.
등불은 감추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추기 위해 있다. 말씀을 받아들인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그 빛은 선행을 통해 드러나고, 나눔을 통해 확산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오늘 우리는 내 마음속에 주님의 빛을 숨기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내 삶이 어둠 속 사람들을 밝히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 각자가 등경 위에 놓인 등불이 되어,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빛을 증거하기를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