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화요일 주님 봉헌 축일
(루카 2,22-40; 말라 3,1-4)
찬미 예수님!
오늘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교회는 오늘을 봉헌생활의 날로 정해서 봉헌생활을 하고 있는 수도자들을 특별히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또 젊은이들이 봉헌생활에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을 권고합니다.
특별히 올 해의 봉헌생활의 날은 재작년에 시작된 봉헌생활의 해를 마치는 날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수녀원에 가서 종종 미사를 봉헌하는데, 원래는 오늘도 수녀원에 가서 미사를 하는 날인데, 오늘은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왜냐하면 어떤 신부님께서 봉헌생활의 해 마지막 날을 신자분들과 함께 수녀원에 찾아와 수녀님들과 함께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도자들이 본연의 봉헌의 의미를 잘 살아내고 또 이를 접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수도성소에 응답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해서 오늘이 수도자들을 위한 날인 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 모두도 봉헌된 이들이고 봉헌 생활을 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세례를 통해서 이미 하느님께 봉헌된 이들, 하느님께 속한 이들입니다.
우리 모두의 봉헌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제가 어릴 때 복사를 했었는데, 그 때는 봉헌 때 복사가 봉헌 바구니를 들고 있었습니다.
동전을 많이 내면 바구니가 무거워서 쩔쩔매고, 지폐를 내면 그래도 낫지요.
지폐도 많이 싸이면 무게가 수월치 않습니다.
한 번은 어떤 할머니가 나오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봉헌 준비를 잘 못해 오셨는지 만 원짜리를 내시더라구요.
만원을 저한테 보이시는 거예요.
그리곤 바구니에 돈과 함께 손도 따라 들어가더니 천 원짜리를 집어 올리시는 거예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홉 장을 세어서 저한테, ‘구 천원 맞지?’ 하시는 거예요.
저도 얼떨결에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는 이야기이지요.
봉헌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께 속한 사람입니다. 당신께 봉헌된 사람입니다’ 하고 나서는 다시 손을 집어넣어서 꺼내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가 봉헌된 사람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으로서, 하느님께 속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의식하지 못하고 그렇게 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우리는 말로만 봉헌된 사람이고 신자이지 실제로는 세상에서나 통하는 세속적인 방식을 그대로 신자생활 안에 끌어들여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믿음이 약한 사람들이나 하느님을 모르다가 하느님을 알려고 하는 사람은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의 삶을 보고는 그냥 하느님을 떠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더 큰 어둠을 보태는 것이지요.
우리는 말로만 봉헌된 이가 아니라 진정으로 하느님께 속한 사람으로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면서 세상을 비추는 작은 빛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속한 봉헌된 사람이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지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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