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사순 제2주일
(루카 9,28ㄴ-36; 창세 15,5-12.17-18; 필리 3,17-4,1)
찬미 예수님!
오늘 우리는 우리가 많이 들었고, 그래서 잘 알고 있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에 관한 복음을 들었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주님 수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우리에게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귀한 선물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이 귀한 선물을 받아 안고 그 자리에 초막을 짓고 살기를 원하시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힘을 내서 주님과 함께 이 수난의 여정을 끝까지 잘 걸어가기를 바라십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하나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번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더 좋은 것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버지께 대한 이런 믿음을 가지고 주님과 함께 이 수난의 여정을 걸으며 하느님 아버지께 걸어간다면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더 좋은 것을, 하느님 나라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에게 항상 더 좋은 것을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이러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주어진 것에만 연연해한다면, 우리의 길 앞에 마련된 하느님의 그 좋은 것은 결코 우리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순시기에 떠남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큰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떠나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거룩한 변모 후에 산을 내려오셔서 사람들을 향하시는 것처럼, 기쁘게 미련없이 떠나야 합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도 힘을 내서 애써 떠나야 합니다.
나로부터 떠나서 사람들에게 향해야 합니다.
나만을 위한 생각과 행동에서 다른 사람들을 향한 생각과 행동에로 떠나가야 합니다.
주님께 받은 그 기쁨을 내 안에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쁨과 평화와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이웃들과 기꺼이 나누어야 합니다.
기꺼이 땀 흘리며 수고하며 나누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주고 호응해주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오히려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나에게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 길을 가셔서 거룩한 변모를 넘어서는 부활의 영광에로 들어가신 것처럼, 우리도 이웃에게 애써 기쁨과 위로를 전하면서 부활의 기쁨에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그 모든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나로부터 하느님께로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저는 지난 9박 10일 동안 침묵 가운데 피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힘들었지만 참 의미있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피정을 하면서 제가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제가 예수님을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도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바라는 예수님의 모습만을 그려서 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강한, 능력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 했습니다.
“몸을 돌려서 나의 약함을 보라.”
저와 같은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애쓰셨으면 합니다.
하느님께로 간다고 하면서 하느님이 아닌 자신에게 향했던 것이지요.
내가 원하는 예수님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그 예수님, 강력한 예수님이 아니라 인간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그 연약한 예수님의 모습을 잘 바라보고 그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로 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주님과 함께 이 사순시기의 여정을 걸으면서 진정으로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를 원하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을 선택하며 끝까지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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