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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7일 연중 11주간 금요일: 이삿짐 줄이기

작성자 : 최규화 작성일 : 2016-06-17 조회수 : 278

6월 17일 연중 11주간 금요일

(마태 6,19-23; 2열왕 11,1-4.9-18.20)


사제로 살아가는 것은 이사의 연속입니다. 

신학생으로 생활을 할 때부터 학기마다 방을 바꿔야 했고 

사제가 되어서도 인사이동이 있기 때문에 이사는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지요. 

이처럼 이삿짐을 싸고 풀고 하면서 한 번쯤은 들었던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대체 나는 왜이렇게 짐이 많지? 좀 버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신학교에 막 입학해서나 사제가 된지 얼마 안됐을 때는 확실히 짐이 적습니다. 

그런데 꼭 시간이 흐를수록 짐이 늘어나는 기적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되지요. 

그리고 이사를 갈 때 또 후회를 하곤 합니다. 짐을 줄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입니다. 

많은 짐들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불편해서 살 수 없는 것도 아닌데도 

쓸대없는 것들을 버리고 짐을 줄이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막상 버리려면 아깝고 나중에 필요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기기 때문에 비우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는 이삿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돈, 음식, 명예, 사랑 등등 손에 한 번 쥐면 주님께서 내려놓으라고 해도 잘 듣지 않습니다. 

결국 그렇게 내려놓지 못해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더 심하게 겪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금방 정리하고 쉴 때 나는 계속 정리를 해야 하고 

혹 장소가 부족하면 어디다 수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내려 놓고 가볍게 사는 사람들에 비해 두 배 더 힘들고 고민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지요. 

안그래도 힘든 삶인데 내려놓지도 못하고 투덜거리는 삶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늘에 보화를 쌓는 일은 현실에서 우리가 조금씩 버리고 내려 놓는 일들이겠지요. 

나의 삶에서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것 까지 조금씩 내려놓다보면 

우리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세상 것에서 하느님께로 옮겨갈 것입니다. 

순서는 달라도 좋습니다. 비우는게 힘들다면 마음을 하느님으로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그러면 쓸대 없는 것들은 하느님께 밀려 나갈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주님께서 버리라고 하시는 것은 과감히 버리십시오. 

하느님을 가지면 모든 것을 가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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