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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2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다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6-11-12 조회수 : 301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다해)

 

1독서 : 3 요한 1,5~8

복 음 : 루카 18,1~8

제 목 : 어떤 과부와 재판관의 이야기

 

찬미 예수님!

어느 도시에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거들떠보지 않는 아주 고약한 재판관이 한 사람 있었는데, 어느 날 과부가 찾아와 그에게 억울한 일을 호소하며 올바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청합니다. 하지만 재판관은 오랫동안 그 여자의 청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과부는 포기하지 않고 늘 그를 찾아와서 졸라대며 성가시게 합니다. 그러자 재판관은 과부의 소원대로 재판을 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좋은 뜻에서가 아니라 자꾸만 졸라대니까 더 시달리지 않으려고 생각을 바꿔 먹은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 말씀을 통해 그렇게 지독한 재판관도 과부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청하니까 성가셔서라도 그 청을 들어주는데,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야 오죽 하시겠느냐고 말씀하십니다. 믿음을 잃지 않고 언제나 기도드리면 하느님은 지체없이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청하든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계속 기도하기만 하면, 그것을 무조건 다 들어주실까요? 우리가 원하는 때에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그렇게 다 이루어 주실까요?.... 글쎄요.

 

어린 아이들은 보통 부모님께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청합니다. 가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온갖 떼를 다 쓰고 울며불며 그것을 사달라고 조르곤 합니다. 그러면 아이의 부모는 어떻게 합니까? 무조건 아이가 사달라고 하는 것을 다 사 줍니까? 솔직히 어느 부모인들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현명한 부모라면 아이가 아무리 떼를 쓰고 울어대도 그것이 아이에게 맞지 않거나 좋지 않겠다 싶으면, 결코 아이의 요구대로 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삶 전체를 보고 아이의 장래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의 요구대로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섭섭해 하고 부모님을 원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가 생각하기에 그것이 아이에게 적합한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들어줄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 마음도 부모들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 주고 싶어 하는 부모 마음처럼 우리를 향한 하느님 마음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 아이의 미래와 전체의 삶을 생각해서 때론 마음 아프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 부모처럼 하느님도 우리가 청하는 모든 것들을 다 들어 주시고 싶으시지만 때로는 그렇게 하지 않으실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가 청하는 그것이 고작 내 욕심이나 채우고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온 것들이라면 어찌 하느님께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실 우리는 우리가 청하는 그것이 우리 삶 전체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좋은 것인지조차 제대로 모를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당장 필요한 것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는 우리에게 맞지 않고 결국 나쁜 결과를 빚게 되어 우리에게 유익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찌 하느님께서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다 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이가 매일 사탕 한 봉지만 한 봉지만 그러는데 매일 사줄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왜 그런 비유를 드시고, 마치 하느님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졸라대면 무슨 기도든지 다 들어주실 것처럼 말씀하신 것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절대 거짓말을 하실 분도 아니고 쓸데없이 빈 말씀을 하실 분도 아니신데, 왜 이렇게 말씀하셨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신 것은 용기를 잃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언제나 기도를 드리면 하느님께서 올바른 판결을 해주신다는 것이지, 그것이 어떤 기도이든지 무조건 하느님께 매달리고 청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주신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하느님은 아이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해주는 그런 어리석고 무책임한 부모같은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도 하느님께서 잘 안 들어주시는 것 같다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청하는 그것이 하느님 보시기에는 청해서는 안 되는 그런 것이라든지, 하느님 보시기에 아직 때가 안 되었다든지, 혹은 하느님께서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 주실 계획을 가지고 계시든지 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기도가 여러분의 욕심이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면 실망하지 마시고 믿음을 가지고 부단히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면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여러분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여러분의 기도가 하느님 뜻에 맞지 않는 기도이거나 사욕을 위한 것이라면 먼저 하느님 뜻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시고, 조금 욕심을 줄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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