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7주간 금요일(가해)
한 수도원이 있었습니다. 한 때는 꽤 명성도 자자하고, 그래서 뭇 선남선녀들이 찾아오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엔 성소자들도 많아서 늘 수도원은 사람들로 복작복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성소자들의 발길도 뚝 끊겨버렸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수도원의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그 수도원 가족 모두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수사님이 제안을 합니다. “이 근처 숲 속 깊은 곳에 아주 德(덕)이 높으신 은수자 한 분이 계시답니다. 우리 모두 그분께 가서 우리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조언을 구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수도원 안에서는 곧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벌어졌습니다. “숨어 지내는 고작 은수자 한 명에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수도원이 어떻게 자문을 구할 수 있느냐!” “우리와는 수도회가 다른 그 사람에게 우리의 어려움을 말한다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이다!”라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결국은 한 번 찾아가 보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사실 그 수도원을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결론이었지요. 그리고 몇 일 후, 수사님들은 모두 주저주저하며 망설이면서도 그 은수자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은수자는 고작 단 한마디 말을 남기고는 입을 닫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위대한 성인이 감추어져 계십니다.”
수사님들은 모두 화가 머리 끝까지 났습니다.
그 깊은 숲속까지 힘들게 창피를 무릅쓰면서 찾아왔는데 고작 한마디라니, 자존심이 세신 분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지요. 그러나 점쟎은 체면에 더 이상 뭘 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모두들 투덜투덜대며 본래의 수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이 수도원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발길을 끊었던 뭇 교형자매들이 하나 둘 다시 발걸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연히 성소자들도 많아진 이 수도원은 과거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나가게 될 희망에 다시금 부풀어 오릅니다.
여러분, 비밀은 무엇이었을까요?
비밀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빨래가 바람에 날려 떨어져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빨래방 베드로 수사는 너무 게을러!”하며 그냥 지나쳐 버리던 마르코 수사도, 주방 바오로 수사가 밥을 태워먹을 때마다 버럭 버럭 성을 내던 마태오 수사도, 요한 수사가 아파 누워있을 때마다 약을 타다주는 것조차 귀찮아하던 스테파노 수사도 “혹시 저 이가 은수자가 말한 그 감추어진 위대한 성인이 아니실까?”라는 생각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옆에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니, 당연히 그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는 다를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세상의 사람들은 그러한 수사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닫힌 사람은 그 눈까지도 닫혀있기 마련입니다.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리고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가?”라고 말하며 마음의 눈을 열려고 하지 않았던 유다인들이 그분의 지혜와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이제 가슴을 쫙 펴봅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눈을 크게 떠 봅시다. 그리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과 내 주위의 사람들을 바라다 보십시오. 그러면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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