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1주일(가해)
제목 : 자신을 높이는 사람은 헛똑똑이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 23,12)라는 오늘 복음말씀을 "재주가 많아 재주에 의지하며 재주로 높아지려는 사람은 낮아지고 불행해진다."고 묵상해보는 것은 어떨지요?
옛날 중국 고사에 '오기서'(五技鼠)라는 쥐가 등장합니다. 날고, 기고, 뛰고, 숨고 달아나는 '다섯 가지 재주를 가진 쥐'라는 뜻이지요. 그 쥐는 나무에 기어오르기는 다람쥐보다 뛰어났고, 땅굴파기는 두더지보다 더 잘 팠으며. 하늘을 나는 것은 박쥐보다 나았고, 달리기는 토끼보다 빨랐습니다. 그래서 그 쥐는 짐승들 사이에서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많은 짐승이 그를 우상처럼 섬기며 따랐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많은 짐승들이 모여서 그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재주를 보고 있는데 먹이를 찾고 있는 독수리가 이들을 보고 화살처럼 날아왔습니다. 그러자 짐승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해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숨겼지만 오기서는 여러 재주 중에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 독수리에게 잡아먹혔습니다.
가진 재주가 별로 없어서 자신을 낮춘 다른 동물들은 살아남았지만 재주가 많아서 자신을 높인 오기서는 결국 그 많은 재주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은 오기서의 재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답니다.
이 세상에서는 자신을 높이는 사람이 높아지고, 재주가 많은 사람이 출세하고, 가진 게 많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되라고, 재주가 있어도 그 재주에 의존하지 않고 뽐내지 않는 사람이 대접받을 것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주님의 이런 가르침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어리석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재물, 명예, 지식, 재능 등으로 자신을 높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을 낮춘다는 것을 어리석은 바보짓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가 더 바보이며 누가 더 어리석을까요? '헛똑똑이', '물똑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똑똑한 척 하지만 실상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한 어른이 500원짜리와 100원짜리 동전을 길바닥에 던지면서 6살 꼬마 아이에게 하나만 가지라고 했습니다. 그 아이는 500원짜리가 아닌 100원짜리를 줍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른은 아이의 바보 같은 행동에 재미를 느끼며 계속해서 두 가지 동전을 던졌고 아이는 100원짜리를 계속해서 주워 모았습니다. 길 가는 사람이 아이에게 '이 바보야 왜 500원짜리를 집지 않고 100원짜리를 집니?'하고 물으니 어린이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500원짜리를 집으면 저 아저씨가 더 이상 돈을 안 던질 테고 그러면 나는 500원밖에 더 벌어요? 100원짜리를 집으니까 계속해서 던지고 나는 벌써 1300원이나 번걸요."
언뜻 보면 그 어린이가 바보 같지만 사실은 어른이 바보였습니다. 그 어른은 '헛똑똑이'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높이는 사람은 '헛똑똑이'입니다. 이 세상에서 재물과 재주와 명예와 출세를 따라가면서 높아지려고 하는 사람, 그런 것으로 행복해지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을 성공한 삶으로 보지만 예수님은 바보로 보십니다.
여기 또 한 종류 헛똑똑이, 바보가 있습니다. "나는 젊을 때 적당히 쾌락도 누려가며 인생을 맘껏 즐기다가 늙고 병들어 더 이상 인생을 즐길 힘이 없을 때 세례받겠다. 그때 모든 죄를 용서받고 그 후부터 열심히 신앙생활해도 천당에 갈 수 있으니까"하고 말하는 바보가 있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신앙생활에 충실하느라 죄도 못 짓고 사는 신앙인을 바보로 보고 자신을 똑똑한 사람으로 착각합니다. 그 사람이야말로 헛똑똑이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지은 죄의 대가를 죽은 다음에 연옥에서 10배 100배로 치른 후에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까지는 모르는 바보 중의 바보입니다.
재물이나 지식, 명예나 쾌락 등 세속적인 것으로 자신을 높이려는 사람은 세상에서는 높아지고 출세하겠지만 주님 앞에서는 낮아질 것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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