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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9일 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가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7-11-27 조회수 : 516

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1독서 : 에제 47,1-2.8-9.12

2독서 : 1코린 3,9-11,16-17

복 음 : 요한 2,13-22

오늘은 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4세기 초에 로마의 교회 박해가 끝나고 공식으로 그리스도교가 인정된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라떼라노에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 교회와는 지리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의 성전 봉헌 축일을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라떼라노는 로마 교회의 상징으로 사도 베드로로부터 이어지는 모든 교회의 일치를 나타내는 것이고, 아울러 이 성전 봉헌 축일을 통하여 우리 자신도 주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이라는 인식과 함께 오늘 복음에서 성전을 정화시킨 예수님의 모습처럼 우리 자신의 성전 정화의 소명의식을 다시금 일깨우는 것입니다.

 

오늘 성전에서 보여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짐승들을 몰아내고,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버리고, 탁자를 엎어버리신 예수님의 행동은 그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 젊은 청년의 난동이었습니다. 어느 누구하나 예수님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에는 아랑곳없이, 당신 자신이 어떤 사람 취급을 받을지 다 아시면서도 성전을 더럽히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계실 수는 없었습니다. 예수님께는 당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 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직 아버지의 집이 더럽혀 지는 것을 정화시키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 일로 당신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해도 당신께서는 하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난동에 가까운 행동을 하시면서 까지 성전을 정화시키셨습니다. 그런데 주님을 믿는다는 우리가 성전을 더럽혀서야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성전을 더럽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이 성전 안에서도 주님의 일이 아니라 세상의 일을 얘기하고, 세상의 가치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하는 것 자체가 성전을 더럽히는 행위입니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하느님 이외의 것에 마음을 두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런 생각들, 즉 돈이면 최고라는 생각, 과정 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결과지상주의, 남이야 어찌되는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에 채찍을 드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성전을 더럽히는 행위는 바로 자기학대, 자기비하입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행위, 자신의 환경에 대해 의기소침하거나, 자포자기 하면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신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사랑하겠습니까? 아울러 나 자신이 주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이라면 다른 사람 역시 성전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에 대한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미움이과 증오와 분노, 시기와 질투 이 모든 것이 성전을 더럽히는 행위입니다.

 

우리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면 수리할 곳이 너무나 많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감히 허물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 가치관 등을 허물어야 합니다. 자신을 허무는 행위가 곧 우리의 주님께서 편히 쉬실 공간을 넓히고, 안락한 안식처를 만들어 드리는 우리의 노력입니다. 바로 그곳에 우리의 주님께서는 새 성전을 지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수리할 곳이 너무 많다고 상심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수리할 곳 하나 없는 완벽하고, 완전한 존재라면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셨을리도, 십자가에 돌아가셨을리도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시려 오셨고, 그것 때문에 십자가에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실 아무런 이유가 없으셨지만 십자가에 달릴 정도로 험악하게 살아온 오른쪽 강도의 짧은 한마디 회개에 그를 용서하시고 당신 나라로 인도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자기 집이 무너지는데 그냥 보고 있을 사람은 없습니다. 때문에 주님의 성전인 우리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주님께서 가만히 계실 리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막해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수리하려는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런 노력이 회개이고, 그 회개의 모습을 모시고 우리의 많은 부족함을 주님께서는 채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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