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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018년 3월 4일 사순 제 3주일(나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8-04-01 조회수 : 348

사순 제 3주일(나해)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신 일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본래 성전에서 제사를 지내고자 하는 이들은 소나 양, 염소, 비둘기, 밀가루 등의 제물을 자신의 손으로 준비해서 가져와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점차로 제물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와서 성전 주변에서 제사에 쓰일 제물들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제물을 팔던 이들이 성전 밖에서 성전의 첫 부분인 이방인의 뜰까지 밀고 들어올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이러한 행위들에 대해 눈감아 주는 대신 이익을 취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부패는 더욱 퍼졌습니다. 로마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로마 황제의 얼굴이 새겨진 화폐가 유통되면서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계명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성전 안에서는 로마 화폐를 쓰지 못하게 했는데, 매매를 위해 로마 화폐를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성전 화폐로 교환해주며 그 과정에서 이익을 취하는 이들까지 등장했습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곳, 모든 민족들이 기도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 죄를 씻고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선포하는 곳, 그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성전이 어느새 부정과 부패의 자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말씀은 울리지 않고 거짓만이 판을 치고, 하느님의 계명은 사라지고 인간의 욕심만이 남았습니다. 파스카 축제의 때, 정성으로 준비되어야 할 제물이 거래의 대상이 되고, 누구나 들어와 기도할 수 있는 거룩한 공간이 부패의 근거지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호세6,6)라고 외치던 호세아 예언자의 말이 귓전에 울렸지만 그들은 마음으로 그 말씀을 듣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한 가운데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채찍을 들어 그들을 치시고 그들의 상을 엎고 짐승들을 쫓으시며 하느님의 집,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예수님은 이를 통해 성전을 본래의 장소로, 곧 하느님을 만나는 곳,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뜻을 새기는 자리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졌던 삶을 다시금 하느님의 길로 되돌리는 회개의 장소로 돌려놓으셨습니다.

예루살렘의 성전은 결국 기원 후 70년에 로마 군대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전해지던 하느님께로 돌아오라는 회개의 호소를 외면하고 그분을 십자가의 죽음으로 몰아갔던 이들, 그들은 결국 영원하리라고 여겼던 그 성전을 잃고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정치인들의 부정과 거짓,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정황과 증거가 나오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모습들, 경제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비리와 불법을 일삼아도 법을 피해가고, 툭하면 특사로 나와 또 다시 당당하다는 듯이 살아가는 후안무치한 이들의 모습과, 반면에 아무런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이들이 당하는 불평등과 부당함, 혜택 받지 못하는 사회 현실이 자꾸 겹쳐졌습니다.

만일 정직이 생명인 곳에서 거짓이 말해지고, 올바름을 전해야 하는 이들이 왜곡하고 곡해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부패한 곳입니다. 정성이 필요한 곳에 형식과 과정만이 강조되고 있다면 이미 허례허식에 물든 사회입니다. 우리 교회에도 이것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사랑을 배우고 말하고 있는데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형제라 자매라 부르면서 거리감만 커지고 있다면, 말씀 앞에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마음에는 전혀 미동도 없다면, 그 언사들은 그저 뱉어져 허공에 흩어지는 쓸 데 없는 말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말씀을 듣기만 하고 새기지 않고 있다면, 눈앞에 보이는 이들을 보지 않은 듯 외면하고 있다면, 우리의 모습이 저 이천 년 전의 사람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고, 우리가 비판하는 부정한 이들 부패한 이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회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뒤엎어지는 탁자가 될 것이고, 매를 맞고 쫓겨나는 상인들과 같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 사회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우리의 운명도 저 예루살렘의 성전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에 하느님나라를 드러내는 표징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듣고 바로 말하는 자, 올바로 생각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자, 삐뚤어진 것을 바로잡고 잘못한 것을 꾸짖을 수 있는 참된 용기를 가진 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성전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자리, 그곳이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 되게 하고, 죄인들이 회개하는 자리가 되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얽혀 살아가는 이 세상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죄에 물든 세상이 회개하도록 깨우쳐 주는 예언자의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파스카 축제일이 다가옵니다. 주님께서 오실 날이 다가옵니다. 그때 여러분은 어디에 있을 것입니까? 조용히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해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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